협상 상태를 둘러싼 공개 발언은 특히 혼란스럽다.
트럼프는 앞서 이란과 대화가 시작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란 당국자들은 직접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부인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과의 직접 대화가 아니라 중재자를 통한 메시지 교환만 있을 뿐이며, 실제 논의의 초점은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문제를 조율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재러드 쿠슈너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 ‘긍정적이고 활발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취지로 전해졌지만, 트럼프는 이후 소셜미디어에 협상이나 대화가 진행 중이지도, 예정돼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는 비공개 채널이나 중재자 간 메시지 교환이 ‘협상’으로 불리는지에 대한 양측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외교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도, 실질적인 평화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상태다. 연락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양측이 공개적으로 인정할 만한 타협안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 대치의 가장 위험한 접점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으며 해협이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해상 봉쇄가 계속되고 있고 해상 기뢰도 제거됐다는 설명도 내놨다.
이란의 설명은 정반대다. 이란 당국자들은 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와 제재, 군사적 위협을 거둬들여야 해협을 다시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해운 보도에서도 해협의 통항은 정상 수준에 크게 못 미치거나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묘사됐다.
양측의 주장은 단순한 표현 차이를 넘어선다. 미국은 이란이 걸프 지역으로 들어오는 선박의 통항을 통제하는 어떠한 합의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해협의 통항 정상화를 제재 해제와 군사적 위협 중단의 대가로 보고 있다.
이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임시 평화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 군사적으로 ‘완전히 공세적인’ 태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시한 만료가 외교적 공백에 그치지 않고 추가 충돌의 위험을 키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두 발을 탐지했다고 밝힌 뒤, 이란과의 모든 무역·상업 교류·금융 거래를 별도 통보가 있을 때까지 중단했다. UAE는 미사일 발사를 이란의 행위로 규정했지만, 이란은 책임을 부인했다.
UAE는 제재를 받는 이란이 상품 거래와 금융 결제를 이어가는 주요 상업·금융 통로 가운데 하나였다. 따라서 거래 중단이 장기화되면 이란의 수입 조달, 결제망 접근, 외화 확보, 재수출 거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 조치는 미국의 압박을 단순한 양국 관계의 문제에서 주변국까지 얽힌 지역 경제 봉쇄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과 식료품 가격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이란 경제에는 추가적인 부담이다. 외부에서 물자와 외화를 조달하기가 어려워지면 경제적 압박이 가계의 생활고와 국내 정치적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거래 중단의 실제 범위와 지속 기간, 이란이 이를 우회할 수 있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현재 상황은 휴전이나 평화협정이라기보다 양측이 상대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버티는 임시적 균형에 가깝다.
미국은 제재와 해상 봉쇄를 계속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추가 공습을 선택할 수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의 통항을 제한하고 미사일 위협과 단계적 긴장을 이어갈 수 있다. 양측 모두 압박을 더 높일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어느 쪽도 먼저 물러설 유인이 충분하지 않다.
워싱턴은 시간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제재가 이란의 경제를 계속 약화시키면 테헤란이 결국 더 큰 양보를 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란 입장에서는 해협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과 주변국에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 이 구조에서는 안정적인 휴전보다 새로운 충돌이 먼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무엇보다 전쟁은 트럼프가 당초 예상했던 4~5주를 훨씬 넘어 약 24주째로 접어들었다. ‘짧은 전쟁 뒤 신속한 합의’라는 초기 구상은 사라지고, 경제 압박과 군사적 억지, 해상 통제가 서로 맞물린 장기전으로 변했다.
시장도 호르무즈 위기를 일시적인 공급 충격이 아니라 장기화할 수 있는 현실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브렌트유는 긴장 고조 속에 배럴당 91달러를 웃돌았고, 이후에도 90달러 안팎에서 움직였다.
유가 상승은 겨울철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 미국에서는 전쟁 확산과 유가 상승, 재정 및 국채 발행 부담이 겹치며 30년물 국채 금리가 5.32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식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호르무즈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서 미국의 주요 지수와 일부 반도체 종목이 압박을 받았고, 아시아에서도 에너지·운송비와 인플레이션 상승이 제조업 수요와 금융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공급망과 경기 민감도가 높은 반도체주는 중동의 해상 물류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수요 둔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60일 시한 만료의 의미는 단순히 협상 일정 하나가 끝났다는 데 있지 않다. 미국과 이란이 빠른 합의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호르무즈와 제재, 군사적 압박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장기 대치의 중심축이 됐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