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성’은 이 제품 구상에서 핵심적인 요소다. 안정적인 디지털 환경은 스토리텔링과 창작 작업의 무대가 될 수 있고, AI 시스템이 학습하거나 의사결정을 시험하고 행동을 평가하는 시뮬레이션 공간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월드 랩스는 창작, 시뮬레이션, 로보틱스, 과학적 발견을 주요 응용 분야로 제시한다.
로봇에는 말로 된 지시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로봇은 공간을 해석하고, 물체와 표면의 특성을 파악하며, 움직임을 예측하고, 인식한 정보를 실제 행동으로 연결해야 한다. 탐색 가능한 3D 세계가 마련되면 개발자는 로봇을 현실에 투입하기 전에 가상 환경에서 행동을 시뮬레이션하고 시험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Marble이 범용 로보틱스 문제를 해결했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근거를 바탕으로 말할 수 있는 범위는 더 좁다. 공간 월드 모델이 로봇의 학습·시뮬레이션·평가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 개발되고 있다는 의미다.
의료 영상과 제조업도 3차원 구조와 물리적 공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간 AI의 가능성이 거론될 수 있다. 그러나 8월 19일 블룸버그 ‘더 서킷(The Circuit)’ 인터뷰에 관한 공개 보도만으로는 리가 해당 인터뷰에서 이 분야들에 대해 구체적인 약속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분야들은 확인된 인터뷰 발언이 아니라 잠재적 활용 가능성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포브스의 2026년 AI 50 보도에 따르면 월드 랩스는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유치했다. 포브스는 월드 랩스를 AI 50에 포함된 여성 주도 기업 4곳 중 하나로 소개했으며, 회사의 핵심 분야를 공간 지능으로 설명했다.
이 정도의 투자 규모는 오늘날의 언어 모델 경쟁을 넘어 월드 모델이 새로운 AI 인프라 계층이 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보여준다. 다만 투자액만으로 해당 기술이 지배적인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입증되거나, 제시된 응용 분야가 이미 상업적으로 검증됐다고 볼 수는 없다.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리는 기술자들이 AI의 구체적인 이점을 대중에게 더 잘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서 커지는 AI 반대 여론이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히 더 낙관적인 홍보를 하자는 뜻이 아니다. 어떤 시스템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능력에서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 누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를 더 엄밀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에 가깝다.
이런 관점은 리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인간 중심 AI 철학과도 이어진다. 그는 근거에 기반한 정책, 공공 부문의 리더십, 국제 협력, 책임 있는 개발을 주장해 왔다.
또한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연구 인프라, 교육에 폭넓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스탠퍼드 인간 중심 인공지능 연구소는 대학과 비영리단체가 강력한 컴퓨팅 자원과 대규모 데이터에 공평하게 접근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리가 함께 만든 AI4ALL 역시 AI 교육의 포용성과 다양성 확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여기에는 AI의 성과와 기술의 방향을 결정할 권한이 소수 기업이나 특정 공동체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따라서 리의 관점에서 공공 투자와 포용적 교육은 부수적인 의제가 아니다. AI의 혜택을 더 넓게 분배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리의 구상은 AI를 주로 세상에 대해 말하는 시스템에서, 세상을 모델링하고 그 안에서 행동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확장한다. 월드 랩스와 Marble은 그 구상의 초기 사례다. 지속적이고 편집 가능한 3D 환경을 통해 창작 도구와 시뮬레이션, 로보틱스를 지원하려는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