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미 정책과 한반도 방위태세를 직접 연결한 것도 눈에 띄었다. 서울이 이란 관련 미국의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별도의 갈등을 이유로 한미 군사협력의 규모를 조정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협상용 신호라기보다, 동맹의 군사적 준비태세를 다른 외교 현안과 연계한 즉흥적 정치 결정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을 낳았다.
울치 프리덤 실드는 전통적인 지상군 기동훈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2026년 훈련에는 드론 공격, GPS 교란, 사이버공격에 대응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북한의 군사 능력이 변화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군은 약 1만8,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미연합훈련의 핵심은 병력 숫자만이 아니다. 양국 군은 훈련을 통해 통신망, 지휘체계, 증원 절차, 작전 협조와 상호운용성을 실제 위기 상황에 가깝게 점검한다. 훈련이 줄어들면 이런 절차를 함께 검증할 기회도 감소한다.
특히 훈련 규모가 정치적 갈등에 따라 갑자기 조정될 수 있다는 인식은 동맹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군사적 대비태세가 외교 협상의 ‘칩’처럼 취급되면 서울에서는 미국의 안보 공약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점 역시 민감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확대해 왔고, 현대전 경험을 통해 새로운 전술을 습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은 이미 이번 훈련이 전년도보다 더 도발적이라고 비난하면서 핵 억지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미 국방부는 처음에 ‘대폭 축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거의 설명하지 않았다. 훈련은 예정대로 시작됐지만, 미국 측 참여가 어떤 방식으로 조정되는지는 불분명했다.
한국 대통령실의 초기 반응은 신중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가 워싱턴과 평양 사이의 의미 있는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이후 외교적 기대와 함께 한국의 독자적 방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자적인 국방 능력을 키우고, 원자력 추진 잠수함 프로그램을 신속히 진전시키며,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동시에 한미연합훈련은 방어적 성격이며 북한을 겨냥한 공격 준비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 두 입장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서울은 대화의 기회를 환영하면서도, 워싱턴의 결정이 갑작스럽게 바뀔 가능성에 대비해 안보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대응은 ‘대화는 추진하되, 방위의 불확실성은 자체 역량으로 줄이자’는 이중 전략에 가까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 뒤에도 북한은 훈련 축소를 충분한 협상 기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은 울치 프리덤 실드를 즉각적인 군사적 위협이라고 비난했고, 이에 맞서 자위권을 계속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이번 조치의 한계가 드러난다. 미국은 억지력과 대비태세에 중요하다고 보는 활동 일부를 줄였지만, 북한이 무기 시험을 중단하거나 군사 프로그램을 제한하거나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겠다는 상응 조치를 내놓았다는 보고는 없었다.
분석가들이 김정은의 협상 복귀 가능성을 낮게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이 다시 대화에 나서려면 제재, 주한미군의 군사적 배치, 북한의 정치적 지위와 관련한 훨씬 큰 양보를 미국이 먼저 제시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촉이 정상회담이나 실무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접촉과 합의는 다르다. 훈련 축소만으로는 북한의 무기 개발을 제한할 협상 틀, 상호 의무, 검증 절차가 마련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북한이 문제 삼아 온 군사 활동을 줄여 외교적 공간을 만들려는 좁은 목표를 겨냥했다. 그러나 동시에 다음과 같은 위험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김정은과 직접 소통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일방적인 훈련 축소가 곧 북한의 협상 복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결정은 서울에 미국의 안보 공약이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남기고, 북한에는 별다른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외교적 이익을 제공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핵·미사일 능력을 양보할 이유가 여전히 부족하다.
이번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외교와 군사적 대비태세가 양립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훈련 조정이 실질적인 외교 수단이 되려면 상호주의와 검증 가능한 약속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별도의 정치적 갈등과 연결된 상태에서 훈련을 갑자기 줄이는 방식은, 대화의 문을 여는 카드라기보다 동맹의 준비태세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결정으로 읽힐 가능성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