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한 ‘완전한 통제(total control)’와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자료가 뒷받침하는 결론은 더 제한적이다. 미군의 활동이 일부 선박의 운항을 가능하게 하고 이란이 항로를 일방적으로 정하는 능력을 약화시켰지만, 공격을 막거나 전쟁 전 수준의 통항량을 회복시킨 것은 아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8일 해협이 “열려 있고 운항 중”이라고 말한 날에도, 선박 통항량의 5일 평균은 10척에 불과했다.
이란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모든 선박을 멈춰 세울 필요는 없다. 위협, 공격, 검사, 운항 지연, 항로 변경 요구, 보험료 상승 가능성만으로도 항해 자체가 상업적으로 매력적이지 않게 될 수 있다.
7월 유조선 공격 이후 해상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위협 수준을 ‘심각(severe)’으로 상향했다. 공격 대상에는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운반선도 포함됐다.
오만 항로가 시장 점유율을 높인 뒤에도 공격은 계속됐다. 아랍에미리트는 8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국영 석유기업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운영 유조선 2척이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사건은 해협을 이용하는 선박이 여전히 상당한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줬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은 ‘열림’과 ‘폐쇄’ 중 하나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다. 일부 선박은 공개적으로 통과하고, 일부는 항로를 바꾸거나 되돌아간다. 또 탐지를 피하기 위해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을 끄는 선박도 있어, 관측된 통항량만으로 실제 전체 운송량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항로가 기능한다고 해서 원유 수송량이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제공된 보도에 따르면 현재 걸프 지역에서 빠져나오는 원유 흐름은 하루 약 1,500만 배럴로, 전쟁 전 약 2,000만 배럴보다 적다. 1,500만 배럴 수준이라는 추정치는 미국 에너지부 자료를 인용한 CNBC 보도에도 나타나지만, 실제 걸프 산유국의 수출량에 대해서는 보도마다 차이가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 자체가 중요한 변수다. 선박이 위치정보 송신기를 끄면 추적 시스템이 운송량을 놓칠 수 있다. 여기에 보안 검색과 대기, 전쟁위험 보험 제한, 유조선 부족, 선박 간 환적까지 겹치면서 실제 원유 이동량과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선박 통항량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실무적으로 보면 해협은 원유를 이동시킬 만큼 열려 있을 수 있지만, 전쟁 전과 같은 신뢰성을 제공할 만큼 안정적이지는 않다. 몇 차례 성공적인 항해가 공급망 정상화를 의미하지 않는 이유다.
이란은 오만과의 합의를 통해 걸프 지역으로 들어오는 선박 관리에서 공식적인 역할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측 제안에는 화물 가치의 5~7%에 이르는 통행료가 포함됐으며,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의 제재와 보험 제한 때문에 이 방안이 실행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오만의 구상은 다르다. 오만은 항행 관리, 환경 보호, 수색·구조 등 관련 서비스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지역 관리 체계를 제안하면서, 의무적 통행료가 아니라 자발적 비용 부담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로이터는 국제해양법상 연안국이 단순히 해협을 통과할 허가를 내주는 대가로 비용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특정 서비스에 대한 비용 청구는 별도로 취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과 오만은 항로 또는 ‘선박 운항 지도’에 관한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혔고, 이란 당국자들은 항로의 지리적 좌표가 합의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개된 보도만으로는 최종적이고 실제 가동되는 운항 체계가 도입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통항을 누가 승인하고 통행료를 누가 걷는지에 관한 핵심 분쟁도 남아 있다.
에너지 기업들은 해협이 완전히 안정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운송 방식을 바꾸며 대응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는 오만 인근에서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아랍 미디엄과 아랍 헤비 원유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방식은 화물이 항해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을 벗어난 지점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지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우회 방식은 추가 비용을 낳는다. 환적에는 선박과 일정 조율, 보험, 인력이 더 필요하고 운임과 하역 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 선박이 위치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공급망의 투명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이라크는 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라크 국영 석유판매기관 SOMO는 이라크 국적기를 단 유조선을 이용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방안을 미국 및 독일 해운사와 협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바그다드가 정치적으로 수용 가능한 통항 방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제공된 보도만으로는 장기 협정이나 실제 수출 체계가 완성됐다고 확인할 수 없다.
가장 심각한 위험은 해협이 영구적으로 물리적 폐쇄 상태에 놓이는 것만이 아니다. 또 다른 공격이나 기뢰 사건, 통행료를 둘러싼 분쟁, 이란과 오만 간 협상 결렬이 발생하면 운항이 다시 급격히 줄어들 수 있는, 군사화된 불안정 상태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실제 통항 데이터는 교전이 재개될 때 상업 선박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임을 멈추는지 반복해서 보여줬다.
이런 불안정성은 운임, 전쟁위험 보험료, 경비 비용, 환적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 원유와 LNG 공급의 신뢰성도 낮아지고, 상선과 관련된 사건 하나가 더 넓은 지역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진다.
결론적으로 오만 항로를 선택한 선박이 80%를 넘었다는 사실은 어느 한쪽이 해협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증거가 아니다. 이는 이란의 실질적 통제력이 약해지고 있으며, 미 해군의 보호 아래 상업 운송이 대체 경로를 확보했다는 뜻에 가깝다.
다만 이란이 위험과 비용을 만들어낼 능력은 여전히 분명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안정적인 국제 운송로로 만들려면 단순한 군사적 순찰이나 일시적인 통항 재개가 아니라, 항로·통행료·관리 권한을 둘러싼 신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지역 합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