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셰일 유전인 바카 무에르타(Vaca Muerta)의 성장으로 같은 공급 확대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EIA는 아르헨티나의 원유 생산량이 2024년 하루 평균 67만 배럴에서 2025년 74만 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1~10월에는 바카 무에르타가 전체 생산량의 약 62%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이나 가이아나만큼 즉각적으로 수출을 늘리기 쉽지는 않다. 파이프라인 수송 능력과 항만 인프라, 국내 시장의 수요가 추가 생산분이 해외 바이어에게 도달하는 속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생산량 증가는 남미가 세계 원유 공급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힌다. 장기적으로는 역내의 수입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확대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유가 상승과 비(非)걸프권 중질유에 대한 수요 증가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근거만으로 브라질이나 가이아나와 같은 수준의 수혜국으로 보기는 어렵다.
베네수엘라의 생산 회복과 수출 확대는 설비의 안정성, 인프라, 투자, 제재 위험, 결제 방식, 선박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높은 유가가 기회를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이를 지속적인 수출과 재정 수입으로 전환하려면 유가 외의 제약도 해결돼야 한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브라질과 가이아나는 생산 증가가 진행 중이고 대서양을 통한 수출 경로도 비교적 명확하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우호적인 시장 환경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 기회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는 별도의 문제다.
중남미 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크게 엇갈린다. 순수출국은 유가 상승에 따라 수출 대금과 정부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연료 수입국은 원유 수입액 증가, 보조금 부담, 운송비 상승, 가계 구매력 약화에 직면한다.
연료 가격 상승은 발전, 도로 운송, 식품 유통, 항공료, 크루즈 운항 비용으로 번질 수 있다. 따라서 충격은 원유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전기요금과 교통비, 식료품 가격, 관광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또 하나의 함정은 원유 수출국이라고 해서 정제연료 가격 상승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원유를 수출하면서도 휘발유나 경유 등 정제제품을 수입하는 국가는 세계 유가와 해상운임 상승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해협이 재개방되면 원유 시장에는 즉각적인 안도감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소매 가격과 공급망은 더 천천히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연료와 식품을 모두 수입하는 소규모 섬나라에 특히 큰 문제다. UNCTAD에 따르면 카리브해 가계는 유가가 위기 이전 수준에 가까워진 뒤에도 더 높은 연료비와 전기요금을 부담했다.
국제 기준유가가 하락한다고 해서 높은 운임 계약, 비싸게 구매한 재고, 전력 비용, 누적된 재정 부담이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남미·카리브해 경제위원회(ECLAC)도 가격이 연중 후반에 완화되는 시나리오에서도 2026년 평균 유가가 2025년 평균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는 ‘두 가지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수출국은 일시적인 수익 증가를 누리는 반면, 수입국은 더 높은 비용을 계속 흡수해야 하는 구조다.
아직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 아시아 수요가 중남미 원유로 장기적으로 이동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호르무즈 통항이 안정적으로 정상화되면 걸프 산유국은 아시아 시장에서 상당한 지위를 되찾을 수 있다. 중남미의 구조적인 생산 증가세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위기로 발생한 가격 프리미엄과 일시적인 시장점유율 확대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의 더 오래가는 유산은 영구적인 교역 전환보다는 전략적 교훈일 수 있다. 주요 에너지 운송로가 위험해지면 정유사에는 공급처를 지리적으로 분산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생산국에는 안정적인 대서양권 원유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브라질과 가이아나에는 분명 의미 있는 단기 우위다. 동시에 중미와 카리브해에는 먼바다에서 발생한 해상 운송 위기가 얼마나 빠르게 국내 물가와 생활비 문제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