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성능은 트랜지스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신호는 칩 내부 배선과 메모리, 패키지, 칩 사이의 연결망을 지나야 한다. 이 경로에서 지연이 발생하면 연산 회로를 더 추가하거나 처리 능력을 높여도 실제 성능 향상은 제한될 수 있다. 화웨이는 타우 스케일링이 컴퓨팅 스택의 여러 단계에서 이런 지연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는 트랜지스터 미세화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트랜지스터 집적도와 함께 회로 배치, 배선 설계, 패키징, 시스템 아키텍처의 중요도가 커진다는 의미에 가깝다.
로직폴딩은 더 최신 공정 노드에만 의존하지 않고, 제한된 면적 안에 더 많은 기능을 집어넣으려는 화웨이의 회로·설계 기법이다. 화웨이는 논리 회로, 아날로그 회로, 메모리 회로를 더욱 밀도 높게 배치하고, 경우에 따라 수직으로 적층하는 동시에 내부 배선 길이를 줄이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화웨이는 타우 프레임워크와 로직폴딩을 적용한 첫 기린 스마트폰 칩을 2026년 9월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제품은 해당 설계가 실제 대량 생산 제품에서 성능 향상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할 첫 현실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화웨이는 또 2031년까지 1.4나노미터 공정에 해당하는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갖춘 고성능 칩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회사의 목표치이지, 독립적으로 확인된 양산 결과가 아니다. 로이터는 화웨이가 이 주장과 함께 독립적인 성능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타우 전략의 의미는 특히 AI 분야에서 커질 수 있다. AI 연산은 프로세서와 메모리, 다른 가속기 사이에서 막대한 데이터를 끊임없이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개별 가속기 성능이 세계 최고 수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칩 간 통신이 효율적이고 소프트웨어가 데이터를 제때 공급한다면 여러 칩을 묶어 유용한 전체 성능을 낼 수 있다.
이때 핵심이 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다만 시스템 수준의 최적화가 병목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병목의 위치를 옮기는 것에 가깝다. 회로가 빨라져도 메모리,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제조 수율이 취약하면 성능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 로이터는 화웨이의 구상이 근본적인 돌파구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판단이 엇갈린다고 전했으며, 새로운 설계 도구와 폭넓은 엔지니어링 역량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화웨이의 과학자 랴오헝은 AI 가치사슬을 **‘18층 탑’**에 비유했다. AI 역량은 하나의 칩만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여러 층이 모두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완성된다는 의미다. 칩 설계와 제조는 전체 구조의 일부일 뿐이다.
이는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 제시해 온 AI 산업의 ‘5단 케이크’ 비유와 닮았다. 황의 모델은 에너지, 칩, 인프라·시스템, 모델·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등 AI 산업을 폭넓은 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화웨이의 18층 탑은 이보다 더 세분화된 그림이며, 특히 중국이 가치사슬 전반에서 국내 역량을 조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두 모델이 공유하는 실질적인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주도권은 단일 프로세서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하드웨어,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인프라,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이 서로 맞물려야 한다.
화웨이의 주장을 평가할 때 가장 유용한 기준은 약한 고리의 원칙이다. AI 플랫폼은 성능이 가장 낮은 층에 의해 전체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집적도가 높은 칩이라도 메모리가 데이터를 공급하지 못하거나, 인터커넥트가 칩을 효율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거나, 소프트웨어가 작업을 분산하지 못하면 실질적인 이점은 줄어든다.
따라서 타우 스케일링과 로직폴딩은 반도체 생태계의 대체재라기보다 아키텍처를 활용하는 레버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칩 설계, 메모리 제조, 전자설계자동화(EDA) 도구, AI 프레임워크, 제조 공정, 시스템 통합이 동시에 발전해야 한다.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는 이러한 생태계가 반도체 설계와 메모리 생산, AI 프레임워크, 시스템 통합을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엔비디아와의 경쟁도 트랜지스터 집적도만으로 비교할 수 없다. 엔비디아의 강점에는 칩 자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플랫폼이 포함된다. 반면 화웨이는 일부 해외 부품과 장비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환경에서 국내 공급망 전반을 함께 구축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는 중국 내 대체 공급원에 공간을 열어줬지만, 2025년 시장 수치는 엔비디아의 퇴출보다는 점유율 분산에 가까운 변화를 보여준다.
로이터가 검토한 IDC 자료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5년 중국에 약 220만 개의 AI 가속기를 출하했으며, 중국 AI 가속기 서버 시장의 **55%**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들의 합산 점유율은 약 **41%**였고, 화웨이는 중국 업체 중 가장 큰 공급업체로 집계됐다.
다만 화웨이의 단독 출하량과 점유율은 제공된 자료마다 차이가 있다. 한 보고서는 같은 계열의 시장 자료를 인용해 화웨이가 81만 2,000개, 전체 시장의 **20.3%**를 출하했다고 전했다. 다른 요약 자료는 화웨이가 중국 업체 출하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제품 범위나 시장 정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재 자료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결론은 화웨이가 중국 업체 진영의 선두라는 점이지, 중국 업체 전체에 배정된 41%를 화웨이 한 곳이 차지했다는 뜻은 아니다.
수출 규제로 화웨이와 다른 중국 업체들이 차지할 시장 공간은 커졌지만, 시장은 여전히 경쟁적이다. 2025년 공개된 해당 자료에서 엔비디아는 여전히 단일 공급업체 기준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6년 9월 출시 예정인 새 기린 칩은 타우 스케일링과 로직폴딩을 검증할 첫 실질적인 기회다. 평가 과정에서는 화웨이가 주장하는 트랜지스터 집적도 등가치와 실제로 측정된 성능을 구분해야 한다. 성능과 전력 효율뿐 아니라 발열, 제조 수율, 소프트웨어 호환성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더 큰 시험은 화웨이가 회로 수준의 아이디어를 스마트폰, AI 가속기,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전반에서 반복 가능한 시스템 성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다. 만약 성공한다면, 첨단 노광 장비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데이터 이동과 시스템 조율을 최적화해 의미 있는 성능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타우는 유용한 설계 프레임워크로 남을 수는 있어도, 전통적인 공정 미세화의 대체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장 신중한 해석은 이렇다. 화웨이는 아키텍처, 인터커넥트, 칩 클러스터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수준의 성능을 더 끌어내려 하고 있다. 그렇다고 더 작은 트랜지스터가 중요하지 않게 된 것도, 화웨이의 가장 야심 찬 집적도 목표가 이미 입증된 것도 아니다. 반도체 경쟁의 무대가 개별 칩에서 전체 혁신 사슬로 이동하고 있으며, 결국 모든 층이 약한 고리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기업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