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아시아 정유사들은 대체 경로로 공급되는 화물에 추가 할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람코가 지중해 항구인 시디 케리르에서 선적하는 원유에 별도의 공식 판매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도 통상적인 페르시아만 선적과 물류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우디는 이집트를 가로지르는 SUMED 시스템을 이용해 원유를 지중해로 옮긴 뒤 시디 케리르에서 선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홍해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을 통과하지 않아도 됩니다. 후티 반군의 사우디 선박 해상 봉쇄 발표 이후, 사우디의 수에즈 경유 수출은 전주보다 106% 늘어난 하루 106만 배럴로 증가했고, Kpler가 집계한 해당 기간 바브엘만데브 경유 수출은 0으로 떨어졌습니다.
다만 이 대안도 순탄한 것은 아닙니다. 지중해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유조선은 바브엘만데브를 이용하는 대신 아프리카를 우회해야 할 수 있습니다. 아람코 최고경영자는 지중해 항로가 바브엘만데브 항로보다 운송 기간을 20~25일 늘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운임과 금융 비용이 상승하고, 해상에 묶이는 재고가 늘며, 정유공장 가동 일정도 불확실해지는 구조입니다.
CNBC가 인용한 Kpler 자료에 따르면 시디 케리르 수출은 7월 하루 약 100만 배럴에서 8월 약 230만 배럴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증가분의 대부분은 사우디산 원유로 추정됐습니다.
9월 공급 방식은 아시아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아람코는 일본과 한국 정유사에 일부 화물을 시디 케리르에서 인수하도록 요청한 반면, 중국·대만·인도 정유사 대부분에는 야부에서 인수하도록 안내했습니다.
이 같은 차이는 단일한 지역 정책이라기보다 구매자별 협상의 결과로 보입니다. 정유사마다 유조선 확보 능력, 항구 이용 조건, 계약 내용,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수준, 장거리 운송 비용을 흡수할 여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람코는 아랍 미디엄과 아랍 헤비 일부 물량을 아랍에미리트(UAE) 후자이라 앞바다에서 선박 간 환적하는 방식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장기 공급계약이 있다고 해서 모든 월별 배정 물량을 어떤 조건에서든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디 케리르에서 아프리카를 돌아 원유를 운송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적어도 한 정유사는 9월 배정 물량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이번 우회 운송은 사우디의 수출 능력과 평상시 수출 운영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아람코는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교란 시도가 자사의 수출 능력을 줄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동부 유전에서 홍해의 야부로 이어지는 동서 송유관의 유량을 늘렸으며, 이 송유관의 명시적 수송 능력은 하루 700만 배럴입니다.
하지만 수출 능력을 유지하려면 이제 더 긴 항로, 임시적인 물량 배정, 추적이 어려운 유조선 운항을 감수해야 합니다. 원유를 목적지까지 보낼 수는 있어도 공급망의 불확실성과 물류 부담이 커지고, 그 부담의 상당 부분이 구매자인 정유사로 이전되는 셈입니다.
아람코의 실적은 산유국과 정유사의 경제적 이해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람코는 2분기 조정 순이익 334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33% 증가했습니다. 판매량 감소와 해상 운송 차질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이 이를 웃돌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시아 정유사에는 유가 상승이 같은 보호막이 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원료 확보 비용과 장거리 운송비, 일정에 맞춰 정유공장에 공급하는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합니다. 결국 9월의 핵심 질문은 사우디 원유가 선적 시점에 얼마나 싼지가 아닙니다. 보안 위험, 운임, 지연, 보험료를 모두 포함한 뒤에도 그 배럴이 여전히 경쟁력 있는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