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의 방식은 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기업 ADNOC가 먼저 체계화한 셔틀 모델과 닮았다. 작은 선박이 위험 해역을 통과하거나 우회해 원유를 운반하고, 호르무즈 밖에서 더 큰 유조선에 화물을 넘기는 구조다.
ADNOC의 셔틀 운송은 지금까지 1억 배럴 이상을 이동시킨 것으로 전해지며, 운항과 선박 배치가 보다 성숙하고 체계적이다. 반면 아람코의 환적은 정상적인 라스 타누라 수출을 대신하는 전면적 시스템이라기보다, 일부 고객과 물량에 적용하는 선별적 비상 조치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이 막히자 사우디는 동부 유전지대의 원유를 국토를 가로지르는 **동서 파이프라인(East-West Pipeline, Petroline)**으로 서부 홍해 연안의 얀부까지 보내는 데 의존했다. 그러나 얀부에서 출항한 유조선은 아시아로 향하려면 홍해를 지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예멘 인근 해역에서 후티의 공격 위협이 커지면서 사우디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항로를 되돌리거나 수에즈 운하 방향으로 우회하는 사례가 나왔다. 7월에는 중국과 인도로 향하던 사우디산 원유 운반선 여러 척이 경고 이후 홍해에서 방향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얀부에서 원유를 실은 선박들이 공격을 피하기 위해 AIS 신호를 끈 채 운항한 것으로 분석됐다. AIS는 선박의 위치와 항해 정보를 공개하는 시스템이므로, 이를 끄면 선박의 움직임이 시장과 보험업계에 덜 보이게 된다. 그만큼 수출 흐름의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도 낮아진다.
홍해 경로의 위험이 커지자 아람코는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있는 주요 수출 거점에서 선적을 다시 시작했다. 위성사진과 선박 자료에서는 사우디 최대 수출 허브인 라스 타누라 복합단지의 주아이마 단일부이 계류시설 주변에서 대형 원유 운반선(VLCC) 활동이 다시 관찰됐고, 추가 선박이 선적을 기다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는 아람코가 서부 노선만으로는 고객 물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호르무즈 안쪽 선적은 선박과 승무원이 다시 위험 구역에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람코는 일부 아시아 장기계약 고객의 9월 물량 배정을 통상적인 일정이 아닌 **상황별·임시 방식(ad hoc)**으로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정유사들이 사우디산 원유의 인수 지점과 가격 조건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보도도 있지만, 검토된 자료만으로 아람코의 인도 시장점유율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정확한 수치로 산출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아람코의 9월 아랍 라이트 OSP 인하는 표면적으로는 아시아 구매자에게 유리해 보인다. OSP는 아시아 정유사들이 참고하는 오만·두바이 평균 가격에 더하거나 빼는 원유 가격 차등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매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은 OSP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현재 구매자들은 다음과 같은 추가 비용에 직면한다.
따라서 아랍 라이트의 OSP가 6년 만의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도 아시아 정유사가 실제로 공장까지 들여오는 **도착 원가(landed cost)**가 함께 낮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 일부 정유사는 위험한 선적 지점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추가 할인도 요구하고 있다. 이집트 지중해 연안 시디 케리르에서 선적하는 물량에 대해 인도 국영 정유사들이 공식판매가격보다 배럴당 5~10달러 낮은 가격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랍에미리트의 후자이라 연결 파이프라인은 지리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지만 UAE의 전체 원유 수출량을 모두 처리할 수는 없다. 따라서 ADNOC는 여전히 셔틀 선박과 해상 환적에 의존해야 한다.
사우디의 동서 파이프라인도 마찬가지다. 이론적으로는 하루 수백만 배럴을 홍해 연안으로 보낼 수 있지만, 실제 구제 효과는 파이프라인 처리량뿐 아니라 얀부의 선적 능력, 이용 가능한 유조선 수, 보험 조건에 의해 제한된다. 로이터는 초기 우회 국면에서 얀부 수출량이 하루 약 200만 배럴에 가까웠다고 보도했지만, 호르무즈에서 다른 경로로 돌려야 하는 사우디 물량은 하루 500만~600만 배럴로 추정됐다.
여기에 홍해 출구의 후티 공격 위험까지 더해졌다. 이집트의 수메드 파이프라인을 통해 지중해 항구 시디 케리르로 보내는 노선은 홍해를 피할 수 있지만, 바브엘만데브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보다 아시아까지 운송 기간이 20~25일 더 길어질 수 있다.
비공개 셔틀 운항, 항로 변경, 일부 걸프 지역 선적 재개는 물리적인 공급 공백이 한꺼번에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 그 결과 유가 급등과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우려는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중동 산유국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상당한 물량을 시장에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공급 불안이 해소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람코는 분쟁이 시작된 2월 이후 세계 시장에서 26억 배럴 이상의 원유가 사라졌고, 재고도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량 자체뿐 아니라 도착 시점과 운송 경로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점도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아람코는 현재 한 가지 경로에 의존하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 안쪽의 직접 선적을 제한적으로 재개하는 동시에, 후자이라와 소하르 인근에서 STS 환적을 추진하고, 얀부와 이집트 지중해 노선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안전한 대체 수출망을 만든 것이 아니라 위험을 여러 구간과 여러 주체에 분산한 것이다. 선박과 승무원은 더 위험한 항로를 운항해야 하고, 보험사와 항만은 더 큰 운영 위험을 부담한다. AIS를 끈 ‘다크’ 운항이 늘면서 시장 참가자가 실제 물량을 파악하기도 어려워졌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도착 일정이 불확실해지고, 낮아진 OSP보다 운송·보험·지연 비용이 더 크게 남을 수 있다.
고유가가 이어지면 산유기업의 수익은 늘어날 수 있다. 실제 아람코는 공급 차질 속에서도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수출 물량 제한, 비싼 물류비, 고객을 붙잡기 위한 할인,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정유사의 움직임은 그 이익을 상쇄할 수 있다. 이번 위기의 핵심은 원유가 완전히 사라졌느냐가 아니라, 원유를 얼마나 안전하고 예측 가능하게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