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테마섹 투자설은 SK하이닉스의 투자 논리를 새로 만든 사건이라기보다 기존의 강세 재료를 한꺼번에 재확인한 계기에 가까웠다. 핵심은 세 가지다. SK하이닉스가 HBM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최근 실적이 이 같은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AI 수요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시장 전망도 웃돌았다. 이런 실적 흐름 속에서 일부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크게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목표주가를 43.3% 높여 137만 원으로 제시했다.
테마섹 투자설의 파급력을 키운 또 다른 배경은 SK그룹과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협력이다. 양측은 5,000억 달러를 웃도는 규모의 포괄적 AI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이 협력에는 SK하이닉스가 차세대 AI 메모리와 HBM을 엔비디아와 장기적으로 확보·공동 개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안정적인 HBM 공급망은 고성능 AI 시스템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핵심 조건이다. 메모리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장기 공급 및 공동 개발 arrangement는 SK하이닉스에 일정 수준의 수요 가시성을 제공한다. 관련 AI 팩토리 설비는 2027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협력은 단순히 메모리 칩을 한 차례 납품하는 계약과는 의미가 다르다. AI 가속기 생태계가 확대될수록 HBM의 성능과 공급 안정성이 중요해지고, SK하이닉스는 이 가치사슬에서 장기적인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된다.
이처럼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는 AI 메모리 업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HBM 수요와 가격 강세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경쟁사들이 공급을 얼마나 빠르게 늘릴지, 현재의 높은 이익 증가율이 주가에 어느 정도 선반영됐는지를 두고 투자자들의 의견이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