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XLK의 주가가 1년 동안 약 42% 상승하고 45일간 이례적인 급등을 기록했더라도, 예상 이익이 주가보다 더 빠르게 늘면 선행 PER은 오히려 하락할 수 있습니다. 인용된 수치에서는 예상 이익이 약 80% 증가하면서 PER이 약 30% 낮아진 것으로 설명됐습니다.
다만 42%의 주가 상승과 80%의 이익 증가만 단순히 계산하면 PER 하락 폭은 약 21%입니다. 약 30%라는 수치는 서로 다른 측정 기간이나 지수 구성, 이익 추정치 산정 방식이 적용됐을 가능성이 있어 정확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되려면 시장이 기대하는 여러 조건이 실제로 충족돼야 합니다.
즉, 낮아진 선행 PER은 현재 실현된 이익을 기준으로 주식이 저렴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앞으로 발생할 AI 매출과 이익이 크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격에 반영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AI 인프라가 과잉 공급되거나 기업 고객의 지출이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떻게 될까요? 경쟁이 수익성을 깎거나 경기 충격으로 수요가 약해지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애널리스트들이 이익 전망을 낮추면 주가가 그대로여도 분모인 예상 이익이 줄어들어 선행 PER은 자동으로 높아집니다.
그러면 주식은 갑자기 더 비싸 보이고, 투자자들이 적정 가격을 다시 계산하면서 주가 하락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ECB는 과거에도 기대의 변화에 따라 AI 관련 밸류에이션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DeepSeek-R1 공개 당시 시장 반응을 사례로 언급했습니다.
영란은행(BoE)은 AI 기술주와 닷컴 버블의 유사성을 ECB보다 더 직접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일부 미국 주가지수의 밸류에이션 배수가 닷컴 버블 정점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했고, AI 관련 주식이 S&P 500 시가총액의 약 44%를 차지한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BoE가 강조한 핵심 위험은 시장 집중입니다. AI 기업의 가치가 광범위한 주가지수보다 빠르게 상승한 상황에서는, 소수 기업에 대한 재평가만으로도 전체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습니다.
AI 기술의 생산성 향상과 기업 실적 개선이 실제로 이어진다고 해도, 이 정도의 규모는 금융시장 전체에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기술적 성과가 현실화되는 것과 주가가 이미 그 성과를 충분히 선반영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대표적인 AI 기업들은 닷컴 시대의 많은 기업과 달리 대체로 수익을 내고 현금을 창출하는 대형 기업입니다. 이 점은 당시와 현재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차이입니다.
그렇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주가가 실현 이익보다 계속 빠르게 상승하거나, 시장이 기대한 AI 이익 붐이 실망스러운 결과로 끝난다면 급격한 조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국 주식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폭넓게 보유하고 있어, 충격은 유럽 금융시장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ECB의 결론은 ‘AI 주식을 당장 거품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더 정확히는 높은 가격, 소수 종목으로의 집중, 그리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 이익에 대한 의존도가 함께 커진 만큼 시장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경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