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운영 자율성과 라이선스의 자유로움이다. 이 모델들은 MIT, 아파치 2.0 등 기업 친화적인 라이선스로 배포된다. 이는 기업이 API 게이트키퍼 없이 자유롭게 모델을 다운로드받아 자체 서버에 설치하고 미세 조정(fine-tuning)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이는 데이터가 미국 서버를 거쳐야 하는 기존 API 방식에 비해 훨씬 더 큰 통제권을 기업에 부여한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산 AI 도입이 유럽의 '기술 주권' 논쟁과 맞물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겉보기에는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
분석가들은 애플리케이션 수준의 주권이 향상된다고 본다. 독일 소재 컨설턴트가 SCMP에 밝힌 것처럼 “중국에서 개발된 오픈웨이트 모델을 유럽 인프라에서 운영한다면, 데이터가 회사의 통제 하에 남아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미국 독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더 큰 운영 주권을 제공할 수 있다” . 즉, 캘리포니아에서 모델을 빌려 쓰는 것보다 자체 서버에서 운영하는 모델이 더 '주권적'이라는 논리다.
더 나아가 이는 지정학적 헤지(hedge) 전략으로도 읽힌다. 유럽연합(EU)의 클라우드 및 소프트웨어 지출의 약 80%가 이미 역외 기업, 특히 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모델은 단일 공급자(미국)에 대한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분산 카드' 역할을 할 수 있다 . 한 유럽 분석가는 “뛰어나면서도 저렴한 중국 모델이 예측 불가능한 미국 행정부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를 낮춰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EU 정책 분석 보고서(Futurium)는 “오픈웨이트 모델을 도입해도 모델과 툴링, 기술 로드맵이 여전히 역외(중국)에 의해 주로 개발된다면 더 넓은 의미의 생태계 종속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생겨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EU 집행위원회가 2026년 6월 채택한 ‘기술 주권 패키지(Technological Sovereignty Package)’는 ‘주권’을 공급망의 완전한 자립이 아닌 ‘위험 분산과 다각화’로 정의하고 있다 . 이 관점에서 보면 중국 모델의 도입은 단일 공급자(미국)에 대한 집중도를 낮춘다는 점에서 전략에 부합한다. 하지만 단지 ‘종속의 대상’을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꾸는 것일 뿐, 진정한 주권을 확보한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현재 유럽 기업들의 중국 오픈웨이트 AI 모델 도입은 비용과 성능이라는 실용적 이유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 현상은 우연찮게 유럽 고질병인 미국 클라우드 종속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카드로 떠오르며 더 복잡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값싼 대안’을 넘어 ‘전략적 선택’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또 다른 종속의 시작일지는 유럽 각국 정부와 기업의 향후 행보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