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러운 권력 교체: 하지만 공개적인 통합 메시지와 달리, IRGC는 이미 전시 권력을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여러 분석에 따르면 최고지도자의 역할은 이제 '권위보다 추인'에 가까워졌으며, 안보 지도부가 전쟁 전략과 작전을 좌우하고 있다 . 지난 8월 10일에는 하메네이가 이란군 참모총장을 포함한 최고 군부 지휘부를 대대적으로 교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기존 권력 구조를 약화시키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침묵의 위기: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하메네이가 공식 취임 후 공개 행사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그의 건강 상태와 행방에 대한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강경파는 휴전 협상이 결렬된 후 고위 관리들이 '쿠데타'를 음모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더욱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 IRGC는 페제시키안 행정부와 공개적으로 충돌하고 있으며, 어떤 세력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다 .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8월 6일, 현재 상황에서 "하메네이와 연락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직접 인정하기도 했다 .
결과적으로 이란의 권력은 최소 네 갈래로 분열됐다: 명목상 최종 결정권을 가진 하메네이, 군사와 안보를 장악한 IRGC, 그리고 민간 권위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통령실 .
이란이 받는 경제적 압박은 다층적이며 그 심각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의 해군 봉쇄와 강화된 제재, 그리고 이란 자국이 내린 호르무즈 해협 폐쇄 결정이 맞물리면서 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사실상 마비된 호르무즈 해협: 지난 3월 4일, 이란군은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를 선언했다 . 2025년 기준, 전 세계 원유 및 석유 제품 해상 무역의 약 25%,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19%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 IMF의 PortWatch 데이터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하루 평균 약 4척에 불과했다. 이는 2025년 같은 기간의 하루 평균 약 90척과 비교해 무려 96% 감소한 수치다 .
미 해군 봉쇄의 효과: 미국은 이란 항구와 선박에 대한 해군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8월 10일 기준, 미군은 총 55척의 상선을 이란 항구에서 다른 곳으로 우회시켰다 . 미 재무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서 수익을 갈취하는 이란의 불법 '보험' 제도를 표적으로 삼아 페르시안 걸프 마린 인슈어런스(Persian Gulf Marine Insurance Co)와 호르무즈세이프 마린 서비스 오소리티(HormuzSafe Marine Services Authority) 등 이란 기업들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 미국은 이란산 원유 구매자에 대한 2차 제재 가능성까지 경고하며, 사실상 이란의 해상 무역을 완전히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내부 경고음: 이란 관리들은 내부적으로 이번 봉쇄가 경제 붕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 관영 매체는 여러 위기가 동시에 닥치면서 "무너져 내리는 국내 경제"에 대해 경고했다 .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경제 상황과 시민들의 생계 문제를 "가장 중요한 전장"이라고 표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 지난 7월, 이란은 미 해군 봉쇄에 대한 대응으로 중동 지역 전체의 에너지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
조건부 협상, 그러나 교착 상태: 이란 최고국가안전보장위원회(SNSC)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의 전제 조건으로 △미 해군 봉쇄 해제 △제재 철폐 △역내 미군 철수 △전쟁 배상금 지불 △동결 자산 해제 △이란 대리 세력에 대한 공격 중단 △이란 위협 중단 등 7개 항목을 요구하고 있다 . 미국은 현재까지 이러한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양측의 교착 상태는 지속되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국내 경제 강화, 지역 협력 확대, 조건부 외교를 축으로 하는 다각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IRGC의 강력한 권력 장악과 하메네이의 부재라는 현실 앞에서 그의 전략은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
경제 전쟁 선언: 페제시키안은 경제를 "주요 전장"으로 규정하고, 민간 부문을 국가 방어 전략의 최전선에 세우는 획기적인 경제 재활성화를 촉구했다 . 그는 정의, 국가 통합, 조정된 거버넌스가 대내외적 도전을 극복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
국내 인프라 강화 및 물물교환: 그의 행정부는 지역 협력을 확대하고 국내 인프라, 특히 철도 개발을 가속화하여 제재의 영향을 완화하고 경제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계획이다 . 그는 은행 시스템의 제한으로 자금 이체가 어려워지면서 물물교환 무역이 상업 교류를 유지하는 대안 중 하나가 되었다고 언급했다 .
'품위 있는 외교'와 국방: 페제시키안은 어떤 외세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으면서도, 국가 이익 보호와 추가 분쟁 위험 감소를 위해 '품위 있는' 대화와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
가장 큰 걸림돌, 권한 부족: 페제시키안의 모든 전략은 최고지도부의 공백과 IRGC의 사실상 전시 권력 장악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있다 . 하메네이는 연락이 닿지 않고 IRGC는 대통령실과 충돌하며, 어느 누구도 호르무즈 재개방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책임을 지지 않는다 .
전문가 위원회의 한 고위 분석가는 "현재 그(하메네이)와 연락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어쨌든 그의 존재는 우리가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매우 큰 힘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 페제시키안 스스로 어려움을 인정하는 이 모순된 발언은 그가 처한 역설적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략은 있지만, 그것을 실행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이란의 지도부 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메네이의 은둔형 권력 장악은 장기적으로 그의 개인적 입지를 강화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 국가의 가장 중요한 경제 현안인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대한 의사 결정을 마비시키고 있다. IRGC의 독주는 가사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그 합의가 오래 가지 못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페제시키안의 경제 전략은 이론적으로는 일관성이 있지만, 해상 교통량 96% 급감, 미 해군 봉쇄, 그리고 미래에 대한 합의에 실패한 지도부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 서 있다.
지금 이란은 두 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의 대리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누가 진정한 권력을 쥐고 있는지를 다투는 지도부 내부의 내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