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C 평가는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아니다. 일련의 미국 규제 조치 이후 나온 결과다.
| 날짜 | 조치 내용 |
|---|---|
| 2023년 10월 | 美 상무부, 삼성과 SK하이닉스에 승인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 부여. 중국 공장에 美 장비를 반입할 때 개별 수출 허가 없이 가능 . |
| 2025년 8월 29일 | 美 산업안보국(BIS), 삼성·SK하이닉스·인텔에 대한 VEU 승인 최종 철회 규칙 발표 . 이로 인해 건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체제로 전환. |
| 2025년 12월 30일 | 美 정부, 두 회사에 2026년 연간 라이선스 발급. 중국 공장 장비 반입을 일시적으로 허용했지만, 무기한이던 기존 VEU에서 1년 단위 갱신 체제로 바뀌면서 불확실성 지속 . |
VEU에서 연간 라이선스로의 전환은 전 세계 메모리 생산량의 약 28%를 차지하는 이들 중국 공장에 매년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안겼다 .
미국 수출 규제의 목표는 중국 반도체 장비 산업의 고객을 차단해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로이터 보도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세계 최고 메모리 기업들이 중국산 대안을 적극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AMEC의 식각 장비가 삼성과 SK하이닉스의 검증을 통과한다면, 이는 중국 장비 업체에 획기적인 상업적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는 Applied Materials, Lam Research, Tokyo Electron 등 서방 장비 업체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 결국 미국 규제가 막으려던 시장 기회를 오히려 중국 장비 업체에 제공하는 셈이다.
업계 분석가는 X(트위터)에 "미국 수출 규제가 흥미로운 방식으로 역효과를 내며,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AMEC 테스트의 주요 동인은 미래에 미국 규칙이 중국 공장에 이미 설치된 서방 장비의 유지·보수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이는 근거 없는 공포가 아니다. 교체 부품과 유지 보수에 접근할 수 없으면, 이미 구매한 서방 장비도 시간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중국 장비는 미국의 역외 규제(extraterritorial control) 대상이 아니므로 공급망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 즉, 현재 쓰는 장비를 당장 교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파이프라인이 차단될 경우를 대비해 생산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이들 공장은 현재 Applied Materials, Lam Research 등 미국 업체의 식각 장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
AMEC의 식각 장비는 이미 중국 주요 고객사인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스(YMTC) 등에 공급되고 있다 . 하지만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성공적 검증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
세계 1, 2위 메모리 기업이 AMEC 장비를 중국 공장에 채택한다면, 이는 AMEC의 기술이 첨단 공정에서도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하는 신호가 된다. 이는 AMEC의 非중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기존 서방 장비 업체들의 가격과 시장 점유율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의 부회장 댄 허치슨(Dan Hutcheson)에 따르면, 중국산 반도체 장비는 일반적으로 서방 제품보다 20~30% 저렴하다 . 이 가격 차이는 마진이 얇고 생산 물량이 방대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동시에 정반대의 공급망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6년 7월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한국 및 기타 중국 이외 공장의 생산 라인에서 중국산 장비와 부품 공급업체를 조용히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 이는 차기 미국 수출 규제에 대비한 '중국 없는(China-free)' 재설계로, 외국 공장에서 중국산 장비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가 나올 경우 본사 공장의 공급망 차질을 막기 위한 조치다 .
즉, 전략은 분기적(分岐的) 이다: 중국 내 공장에서는 서방 공급이 차단될 위험에 대비해 중국산 장비를 도입하는 한편, 중국 외부 공장에서는 미래 규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산 콘텐츠를 제거하는 것이다.
AMEC 평가는 아직 확정된 계약이 아니며, 삼성전자는 공개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1,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2년 동안 비공개로 중국 공장 내에서 중국산 식각 장비를 검증해왔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 수출 규제가 실제로 어디에 착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 장비 산업을 고립시키기 위해 설계된 규제가,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칩 구매자들을 중국산 대안 쪽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가 지적했듯이, "규제는 중국 장비 업체들을 진지한 반도체 공장에서 배제하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에서 AMEC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이제 수요 측에서 대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