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투자자들은 이 소식에 주식을 대거 매도했습니다. 주가는 장중 한때 17.9%까지 폭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수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습니다. 독일 증시 대표 지수인 DAX도 이 여파로 하락 압력을 받았습니다. 매출은 좋은데 왜 주가는 폭락했을까요?
문제는 '탑라인'이 아닌 '보텀라인'에 있었습니다. 2분기 영업이익은 5억7400만 유로(약 6억5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하는 데 그쳤고, 시장 컨센서스(약 6억1600만 유로)를 8% 가량 밑돌았습니다. 강력한 매출 성장과 초라한 이익 성장 사이의 간극이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수익성 악화의 주범은 월드컵 마케팅 비용 폭증이었습니다. 아디다스는 2분기에만 전년 대비 30% 증가한 2억1200만 유로(약 3100억 원)를 추가로 마케팅에 쏟아부었고, 분기 총 마케팅 비용은 약 9억2400만 유로(약 1조35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과감한 투자는 실제로 판매를 견인했습니다. 아디다스는 당초 예상보다 4배나 많은 월드컵 유니폼을 판매했지만, 이익은 거의 늘지 않았습니다.
아디다스가 연간 매출 전망을 기존 '높은 한 자릿수 성장'에서 '9~10% 성장'으로 상향 조정한 점은 긍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약 23억 유로)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강한 매출 성장이 결국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절대적 수치로 보면 2분기는 좋은 분기였지만, 높아진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장수 CFO 하르트무트 올마이어(Harm Ohlmeyer)가 30년 가까운 근속 끝에 재계약을 포기한다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불확실성은 커졌습니다. 후임자는 내정됐지만, 중요한 시점에 리더십 공백이 생겼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마이어 CFO의 미연장과 이익 실망감이 섞인 칵테일"이 폭락을 초래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17.9% 폭락으로 아디다스 주가는 약 150유로 아래로 떨어지며 연간 기준으로 10% 하락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매출이 아무리 좋아도 비용 통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고전적 교훈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아디다스에게 월드컵은 브랜드 가시성과 판매 측면에서 상업적 성공이었지만, 투자자들에게 그 대가인 이익률 악화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