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은 소비자 가전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2026년 2분기 모바일 D램(LPDDR5X) 가격은 전 분기 대비 7883%, LPDDR4X는 7075% 각각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 1분기에만 메모리 가격이 90% 올랐다고 보고했다.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2분기 주력 D램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5863% 추가 상승하고, 연간 D램 가격은 150200% 폭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상 처음으로 메모리 원가가 모든 스마트폰 가격대에서 AP(SoC) 원가를 넘어섰다. 과거 스마트폰 BOM(부품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15% 수준이었다. 트렌드포스는 2026년 1분기 이 비중이 3040%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카운터포인트(Counterpoint)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가 BOM에서 각각 약 8%, 5%를 차지했으나, 2026년 2분기에는 메모리와 스토리지가 전체 부품 원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게 됐다. 옴디아(Omdia)는 400달러(약 52만 원) 미만 스마트폰의 경우 2026년 1분기 메모리 원가가 BOM의 약 60%를 잠식했다고 추정했다.
가격 쇼크는 생산과 판매에 역사적 위축을 초래했다.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So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원인은 메모리 가격 상승, 제조사의 보수적 재고 관리, 교체 주기 연장 등이다. 카운터포인트는 2026년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이 약 14% 감소해 사상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보급형(entry-level) 시장이 직격탄을 맞아 출하량이 30% 넘게 줄었다. 2026년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IDC의 5월 전망에 따르면 연간 출하량은 13.9% 감소한 10억 9천만 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027년에도 1.1%의 추가 감소가 예상되며, 메모리 공급이 정상화되는 2028년에야 5.5% 반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수의 애널리스트는 2027년도 스마트폰 업계에 또 한 해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 위기는 SoC 제조사 간 경쟁 구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미디어텍과 퀄컴은 2026년 상반기 출하량이 각각 25% 넘게 급감했다. 미디어텍의 시장 점유율은 약 38%에서 32%로, 퀄컴은 약 27%에서 23%로 하락했다. 반면 애플, 삼성, 구글, 유니솔(UNISOC)은 같은 기간 점유율이 상승하고 출하량도 늘었다. 애플의 SoC 출하량은 "견고한 성장"을 기록하며 점유율이 전년 동기 15%에서 19%로 상승했다. 구글의 텐서(Tensor) 칩 출하량도 자체 칩 채택 확대에 힘입어 증가했다. 유니솔은 원가 절감을 위해 4G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보급형 모델 수요에 힘입어 성장했다.
주목할 점은 생성형 AI(GenAI)를 지원하는 SoC는 전체 하락 추세를 거스르며 24%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제조사들이 저가 모델 생산을 축소하는 대신 AI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기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다. 구글은 픽셀 11(Pixel 11) 가격을 약 100달러(약 13만 원) 인상하고, 기본 RAM을 16GB에서 12GB로 낮추기로 확정했다. 이는 메모리 가격 폭등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다. 800달러(약 104만 원)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BOM은 100150달러(약 1320만 원) 증가했으며, 메모리가 부품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운터포인트는 200달러(약 26만 원) 미만 보급형 스마트폰의 소재비가 2026년 초 2030% 상승했고, 중급 및 프리미엄 기기는 1015% 상승했다고 전했다. IDC는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이 2027년 523달러(약 68만 원)로 14% 상승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IDC 선임 연구 디렉터 나빌라 포팔(Nabila Popal)은 약 1억 7,100만 대 규모의 100달러(약 13만 원) 미만 시장이 "영구적으로 경제성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렌드포스는 "많은 브랜드가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최종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며, 제품 구성과 사양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메모리 공급 정상화는 2027년 하반기 이전에는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소식통은 2028년까지도 정상화가 어렵다고 경고한다. IDC는 2027년에 1.1% 추가 감소가 이어진 후, 메모리 공급이 정상화되는 2028년에야 5.5%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공급 부족이 해소된 이후에도 가격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IDC의 프란시스코 제로니모(Francisco Jeronimo)는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일시적 압박이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의 근본적 재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