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직전 12개월 동안 130%나 급등한 상태였고, 이 극단적인 밸류에이션은 주가에 단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7월 29일, 정확히 5가지 압력이 동시에 터졌습니다.
엔비디아의 핵심 메모리 공급사인 SK하이닉스는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60조 5,400억 원(약 416억 2,000만 달러)을 기록하며 557% 급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봐도 엄청난 숫자입니다. 하지만 시장 컨센서스는 약 64조 원이었고, 이 '기대치 하회' 소식에 SK하이닉스 주가는 서울 시장에서 **1019%** 폭락했습니다.
이는 같은 달 초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애플을 뛰어넘는 이익을 내고도 'AI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8% 하락했던 패턴의 재현이었습니다. 시장의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AI 반도체 주식은 오직 '완벽한 실행'에 대해서만 프리미엄을 줬고, '좋지만 완벽하지 않은' 성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7월 28일, AMD는 Core Scientific과 500메가와트(MW) 규모의 데이터센터 용량 계약을 발표했고, 이는 최대 2.5기가와트(GW)까지 확장될 수 있었습니다. AMD 칩으로 이 시설을 채워 최종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은, AI 인프라 병목 현상을 해결하려는 전략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는커녕, 이 계약은 '순환 출자(자전거래)' 공포를 증폭시켰습니다. 반도체 업체가 스스로 고객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입니다. 웨드부시(WEDBUSH)는 이 계약이 "조건부(CATCH)"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AMD 주가는 5.7% 하락했습니다.
이번 매도세는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 과정의 일부였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대규모 클라우드 사업자)의 막대한 자본적 지출(CAPEX)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엔비디아가 오픈AI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약 2,5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는 '과잉 투자' 우려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엔비디아의 7,500억 달러 규모 AI 인프라 계약은 AI 관련 부채 수준에 대한 걱정을 더욱 키웠습니다. 모닝스타의 마이클 필드(MICHAEL FIELD) 수석 전략가는 이번 매도세를 "펀더멘털이 아닌 심리적 요인에 의한 신뢰 상실"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날 시장은 중국의 급속한 반도체 기술 발전에 대한 여러 보도에 휩싸였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 반도체를 쏟아부어 한국과 미국 제조사의 마진을 잠식할 것이라는 공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블룸버그 아시아 반도체 지수는 이날에만 7.5% 급락했습니다.
7월 29일(수) 에 종료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오후에 발표됐습니다. 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30% 정도로 반영하고 있었는데, 이는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8%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연준은 금리를 3.50~3.75% 로 동결했지만, FOMC 위원 3명이 0.25%포인트 인상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 예상보다 매파적인 결과는 위험 자산 선호도를 더욱 낮췄습니다. 발표 전의 불확실성 자체가 매도 압력을 가중시킨 요인이었습니다.
7월 29일의 대규모 매도 사태는 단일 요인이 아닌 다중 요인(MULTI-FACTOR)이 폭풍처럼 몰아친 결과였습니다. AI 주식들은 '완벽함을 증명하라(SHOW-ME MOMENT)'는 시험대에 올랐고,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조차 부족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이라는 경쟁자의 등장,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까지 겹치며, AMD의 긍정적인 뉴스조차 호재가 아닌 위험 신호로 재해석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