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싱가포르통화청(MAS)의 치아 더르 준 총재는 “AI 관련 지출의 급격한 감소는 세계 성장을 ‘급격히 약화’시키고 금융 시장의 취약점을 드러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그는 AI 투자 붐의 지속 가능성을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성 모두에 ‘중대한 불확실성’이라고 규정했다 .
MAS는 데이터 센터, 칩,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투자 급증이 그동안 경제 회복력을 뒷받침해 왔지만, 이러한 투자가 갑자기 중단되면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금융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특히 AI 붐이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는 ‘양날의 위험’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7월 28일 3분기 글로벌 리스크 전망 보고서를 통해 AI 붐과 시장 조정 가능성이 주요 글로벌 신용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 피치는 AI 붐이 “세계 경제 성장 및 미국 자본 시장과 깊게 얽혀 있다”고 분석했다 .
피치는 급등하는 기술 기업의 가치 평가와 전례 없는 AI 관련 지출이 불확실한 미래 수익을 앞지르고 있어 ‘시장 흡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무디스는 7월 24일, 아마존,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 과열이 이들 기업의 신용도를 갉아먹고 있다고 경고했다 . 무디스는 “연간 수조 달러 규모”의 지출이 잉여 현금 흐름(Free Cash Flow)에 압박을 가하고 대차대조표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은 AI 자본 지출 약정으로 인해 잉여 현금 흐름에 단기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무디스는 6개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2026년 자본 지출이 7,850억 달러에 달하고, 2027년에는 약 1조 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7월 7일 발표한 금융 안정성 보고서에서 AI 관련 주식의 고평가된 가치가 급격한 시장 조정을 촉발할 수 있는 취약점이라고 지목했다 . 보고서는 또한 첨단 AI 기술이 금융 시스템의 사이버 및 운영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 특히 영란은행의 금융정책위원회는 주식 시장에서 레버리지(차입 투자) 사용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6월 말 연례 보고서에서 기술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이 AI 투자 지출을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밀어 올리고 있으며, 이는 수익성을 위협하고 특정 국가들을 경기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이후 7월 15일 발표된 BIS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AI 붐은 역사상 모든 기술 거품을 이미 넘어섰다. 상위 5개 하이퍼스케일러(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는 2026년에 약 7,250억 달러의 자본 지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중 약 75%가 AI 특화 인프라에 투자될 예정이다 .
BIS는 특히 ‘순환적 자금 조달 구조(circular financing arrangements)’를 가장 심각한 위험으로 꼽았다. 이는 기업들이 서로를 평가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로, 외부 참조점이 없는 ‘닫힌 가치 평가 루프’를 형성해, 이전 기술 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례 없는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
국제통화기금(IMF): 6월 30일과 7월 23일에 걸쳐 IMF는 주요 기술 기업들의 부채 기반 AI 투자가 높은 주식 가치 평가 자체보다 더 큰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레버리지가 금융 스트레스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인도중앙은행(RBI): 6월 30일, RBI는 AI 관련 주식 평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주식 시장의 급격한 조정이 자국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전 세계 주요 금융 규제 기관과 신용평가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쏟아낸 이번 경고의 홍수는 AI 투자 붐이 매우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2025년과 2026년에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합쳐서 1조 달러가 넘는 자본 지출을 한 규모는 AI 애플리케이션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훨씬 웃돌며 구조적 취약점을 만들고 있다 .
이번 경고는 AI 기술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AI를 뒷받침하는 재무 구조다: 집중된 주식 시장, 불투명한 부채 구조, 레버리지 확대, 그리고 단일 부문의 자본 지출에 점점 더 의존하는 세계 경제가 바로 그것이다. 피치의 지적처럼, AI 투자의 규모는 이제 그 충격이 기술 부문을 훨씬 넘어서 느껴질 만큼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