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225개 종목의 주가를 단순 평균한 닛케이와 달리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토픽스는 2.52% 하락한 3,963.59에 마감했습니다 . 일부 보도에서는 2.3% 하락한 3,973선을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 닛케이가 4% 가까이 폭락한 데 비해 토픽스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은, 가격 가중 방식인 닛케이가 몇몇 초고가 반도체 종목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폭락의 진원지에는 어드반테스트, 도쿄일렉트론, 기오시아 같은 일본을 대표하는 반도체 장비 및 부품주가 있었습니다 . 기오시아는 무려 18% 폭락했고, 소프트뱅크 그룹도 6% 넘게 떨어졌습니다 . 도쿄일렉트론은 9% 이상, 어드반테스트는 8% 넘게 급락했습니다 .
폭락을 촉발한 가장 큰 불씨는 직전 주말(7월 25~26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엔비디아와 오픈AI 간의 2500억 달러(약 360조 원) 규모 자금 지원 협상이었습니다 .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픈AI가 소프트뱅크 자회사가 개발 중인 10GW(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임대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여해 주는 방안을 논 중입니다. 엔비디아는 여기에 더해 오픈AI가 자사 칩을 구매하는 데 3500억 달러를 별도로 지원하는 등 총 7500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이 소식은 '순환형 AI' 공포를 다시 불러일으켰습니다. '순환형 AI'란 엔비디아가 오픈AI에 돈을 빌려주고, 오픈AI는 그 돈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AI 칩을 사들이는 구조를 말합니다. 실제 수요와 수익성 없이 인위적으로 수요를 부풀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 블룸버그는 이미 올해 초 이 '순환형 거래'를 AI 거품의 핵심 리스크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 . 엔비디아 주가는 27일(월요일) 미국 장에서 5% 하락했고 , 이 우려는 화요일 아시아 시장으로 빠르게 번졌습니다.
7월 27일,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소재 국영기업이 칩 제조의 핵심 장비인 침지형 DUV(심자외선) 리소그래피 장비의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 이 장비는 그동안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해 왔습니다. 이르면 올해 안에 SMIC, 화홍반도체, CXMT 등 주요 중국 파운드리에 납품될 예정입니다 .
이 보도는 ASML 주가를 6.8% 급락시켰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 리서치, KLA 등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 이후 아시아 장에서도 이 소식은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등 일본 장비업체들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매도세를 가중시켰습니다 .
메모리 반도체 주식은 7월 28일 이전에도 이미 큰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27일(월요일) 미국 장에서 샌디스크가 11%, 마이크론이 급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2% 하락했습니다 . 그리고 28일 한국 메모리 거인들이 다시 무너졌습니다. SK하이닉스는 11%, 삼성전자는 8% 넘게 폭락했습니다 . 이는 중국 메모리 기업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는 우려가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
블룸버그 집계 아시아 반도체 지수는 28일 하루에만 7.5% 폭락했습니다 . 이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AI 데이터 센터 건설이 과연 적절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근본적인 의문을 반영합니다 . 나스닥 100 선물도 미국 장 개장을 앞두고 1% 하락하며 추가 하락을 예고했습니다 . 엔비디아의 '순환형' 자금 지원 구조, 중국의 DUV 돌파(장비 업체들의 가격 결정력 위협), 메모리 공급 과잉(수요가 공급망 예상보다 약함)이라는 세 가지 재료는 모두 'AI 수요가 진짜인가'라는 단일한 의문에 연결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