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 시장의 흐름이 점점 더 거대해지는 모델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멀티버스 컴퓨팅은 정반대의 접근법을 취한다. 이 회사의 목표는 기존 AI 모델을 실행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핵심 기술인 '컴팩티파이(CompactifAI)'는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이 복잡한 양자 시스템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수학적 구조인 **텐서 네트워크(tensor network)**를 활용한다. 이 기술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크기를 최대 93%까지 줄이면서도 원래 정확도의 약 97%를 유지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 기술의 효용성은 2024년 1월 아카이브(arXiv)에 게재된 동료 검증 논문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컴팩티파이는 트랜스포머 기반 모델의 '자기 주의(self-attention)' 계층과 '다중 퍼셉트론(MLP)' 계층을 텐서 네트워크로 변환(tensorizing)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델 내의 불필요한 상관 관계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며, 압축률은 텐서 네트워크의 '본드 차원(bond dimension)'이라는 값을 조절하여 통제할 수 있다. 압축 후에는 짧은 분산 재학습(distributed retraining) 과정을 통해 원래 성능을 대부분 회복한다.
2024년 1월 논문에서 연구팀은 컴팩티파이와 양자화(quantization) 기술을 결합하여 메타의 '라마(LLaMA)-2 7B' 모델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결과를 입증했다.
유럽연합의 유로HPC 공동사업부(EuroHPC Joint Undertaking)는 별도로, 컴팩티파이만으로도 라마-2 7B 모델을 원래 크기의 30% 로 줄이고, 짧은 재학습 후 90% 이상의 정확도를 회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멀티버스는 이후에도 최신 모델들의 압축 버전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2025년 4월에는 라마 3.1-8B와 라마 3.3-70B 모델을 80% 압축한 버전을 공개했는데, 이들은 파라미터 수가 60% 줄고, 에너지 효율이 84% 향상되었으며, 추론 속도는 40% 빨라지고, 비용은 50% 절감되면서도 정확도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또한 2026년 2월에는 오픈AI의 'gpt-oss-120B' 모델을 50% 압축한 '하이퍼노바(HyperNova) 60B'를 허깅 페이스에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멀티버스 컴퓨팅은 원래 양자 알고리즘 전문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창업자이자 CEO인 엔리케 리자소 올모스(Enrique Lizaso Olmos)는 회사의 핵심 역량인 양자물리학, 특히 텐서 네트워크 수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 기술이 신경망의 가중치를 효율적으로 압축하는 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회사는 AI 모델 압축 시장으로 성공적으로 피벗(pivot)했다.
시리즈C 라운드는 포지포인트 캐피탈 인터내셔널(Forgepoint Capital International), BNP 파리바 솔라 임펄스 벤처 펀드(BNPP Solar Impulse Venture Fund), 그리고 불하운드 캐피탈(Bullhound Capital) 이 공동으로 주도했다. 주요 참여사로는 카타르 개발은행(Qatar Development Bank) 과 HP Inc. 가 확인되었으며, 이외에도 산탄데르 얼터너티브 인베스트먼츠(Santander Alternative Investments), 티케하우 캐피탈(Tikehau Capital), 오렌지 벤처스(Orange Ventures), 스카니아 인베스트(Scania Invest), NAventures(캐나다 국립은행의 기업 벤처 캐피탈), 주크 캐피탈(Zouk Capital), SETT, EIC 펀드(EIC Fund), 바스크 정부의 하츠텐 스케일업 펀드(Hazten Scale-Up Fund), 그리고 쿠차 펀다지오아(Kutxa Fundazioa) 등이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렸다.
멀티버스 컴퓨팅은 2025년 6월 이후 연간 매출이 10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한 매체(Tech Funding News)는 2026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6배 성장했다고 인용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다를 수 있지만,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는 분명해 보인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기업가치가 연간 매출 대비 약 17배 수준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회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효율적 AI 모델 라이브러리 확장, 연구개발(R&D) 지속, 주권 AI(sovereign AI) 인프라 및 소프트웨어 개발, 그리고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캐나다로의 사업 확장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타겟 산업군으로는 제조, 금융, 에너지, 항공우주, 사이버보안, 국방, 헬스케어 등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