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OECD는 해당 제도가 고용이나 기업 투자에 눈에 띄는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즉, '세율 인하 경쟁(race to the bottom)'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일각의 비관론이 현실화되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예상치와 실제 세수 간의 괴리(Gap)를 몇 가지 이유로 설명한다.
단계적 시행과 유예 조치: 전 세계 140여 개국이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2024년 1월 1일 시점에 실제로 법을 시행한 국가는 약 45~55개국에 불과했다 . 특히 도입 초기에는 기업과 세무 당국의 행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한시적 안전항(transitional safe harbors) 과 실질 기반 소득 제외(substance-based income exclusion, SBIE) 조치가 적용되어, 많은 다국적 기업이 최저한세 추가 납부 대상에서 제외됐다 . 대표적으로 스위스 상장 대기업 50곳을 분석한 딜로이트 연구에 따르면, 추가 세수의 4분의 3 이상이 단 한 기업에서 나왔을 정도로 유예 조치 효과가 컸다 .
미국의 불참과 '맞춤형 면제': 이 차이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OECD 글로벌 최저한세가 미국 내에서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 미국 의회 내에서도 초당적으로 강한 반대가 있었다 .
더 나아가 2026년 초, 미국 재무부는 OECD/G20 포용적 프레임워크(Inclusive Framework)와의 협상을 통해 '맞춤형 안전항(side-by-side safe harbor)' 을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미국 본사 다국적 기업들은 자국의 세금 체계(GILTI 등)가 글로벌 최저한세를 준수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추가 징수를 면제받게 됐다 . 이는 글로벌 세수에 큰 공백으로 작용했다.
기업의 선제적 대응: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시행 전부터 사업 구조를 재편하거나 세무 전략을 조정하여 실효 세율을 15%에 가깝게 끌어올린 점도 추가 세수를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
비록 세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OECD는 이 제도가 본래 목표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익 이전(Profit Shifting) 차단: OECD는 글로벌 최저한세가 저세율 국가로의 이익 이전 규모를 약 50% 줄인 것으로 분석했다 . 2024년 1월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저세율 부담 이익이 시행 전(2017~2020년 평균) 약 2조 1,430억 달러에서 시행 후 6,530억 달러로 약 8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
투자와 고용에 '무해(No Harm)': 가장 주목할 점은 일자리 감소나 기업 투자 위축 같은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 이는 '기업이 세금을 더 내면 경제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대목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24년 1월 1일부터 규정을 의무 시행했으며, 일본, 호주,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들도 2024년 중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정부는 국제적 흐름에 맞춰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시행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도입 속도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예상보다 더딘 모습이다 . 2024년 초 기준으로 유럽 21개국과 기타 4개국만이 필라2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시행하는 '최종 법률'을 발효시킨 상태였다 .
이번 첫해 세수추계(790~1,090억 유로)는 OECD가 2026년 7월에 발표한 잠정치다 . 실제 징수액은 더 많은 국가들이 완전한 자료를 제출함에 따라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2026년 말로 예정된 한시적 안전항 조치가 만료되고 더 많은 국가들이 국내 최저한세(QDMTT)를 도입하면 세수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따라서 현재의 '예상치 미달'이라는 평가는 제도의 완전한 성과를 반영하지 못한 '초기 적응기'의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