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ICE 인증 창고 재고의 급감이다 . 여기에 커피 트레이더 커머셜(Commercial)은 엘니뇨가 이미 글로벌 커피 공급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 6월 30일에는 아라비카가 최근 몇 달 사이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을 기록하며, 수확 지연과 원두 품질 저하 우려를 집중적으로 반영했다 . 로부스타 커피 선물도 동반 상승했다. 주산지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건조한 날씨가 생산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지는 서아프리카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6월 말, 엘니뇨로 인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6/27년산 코코아의 추가 선도 판매를 잠정 중단하고, 작황 재평가에 들어갔다 . 이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과 런던의 코코아 선물은 5개월 만에 최고가로 뛰어올랐으며, 뉴욕 코코아는 6월 24일 하루 만에 73포인트(+1.59%) 급등했다 .
앞서 5월 말에도 코트디부아르의 폭우로 인한 홍수로 농장 출입이 통제되면서 뉴욕 코코아가 단 하루 만에 9.83% 폭등하는 일이 벌어졌다 .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는 주산기 수출 계약으로 약 100만 톤을 확보했지만, 엘니뇨로 인한 시장 긴축을 예상해 유리한 조건의 프리미엄을 적용하고 있다 . 전문가들은 엘니뇨가 가져올 기후 변화(과도한 강우 후 가뭄)가 서아프리카 지역의 코코아 병충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
설탕 선물은 7월 초까지 1주일 넘게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뉴욕 #11 설탕 선물은 7주 만에 최고가를, 런던 백설탕 선물은 9.75개월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 엘니뇨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설탕 주산지(인도, 태국)에 건조한 날씨를, 브라질 등 미주 지역에는 과도한 비를 몰고 올 것이라는 분석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
'슈퍼 엘니뇨'의 위협으로 인해 시장 참가자들은 기존의 대규모 글로벌 설탕 흑자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2026/27 시즌에 대한 전망은 이제 '공급 부족' 또는 최소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시장'으로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 실제로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인 인도의 몬순 강우량이 약해지면서 사탕수수 수확량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
이 모든 혼란의 배경에는 '슈퍼 엘니뇨'로 불리는 강력한 기후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6월 11일 엘니뇨 주의보를 발령하며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며, 매우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63%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 세계기상기구(WMO)는 이 현상이 11월까지 지속될 확률을 90%로 추정하며, 가뭄, 폭우, 폭염의 위험을 경고했다 .
'슈퍼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 이상이 +2.0°C 이상인 극단적인 현상으로, 역사적으로 설탕, 코코아, 커피 등에서 공급 쇼크를 통해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극대화해왔다 . 노이버거 버먼(Neuberger Berman) 및 씨티(Citi)의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이 여전히 이 변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 브라질, 서아프리카, 동남아시아라는 주요 산지는 모두 엘니뇨에 취약한 열대 지역에 위치해 있어, 이들 품목의 동시다발적인 공급 붕괴는 개별적인 이슈가 아닌 구조적 위험임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