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같은 빠른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안보 및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과 이란은 2026년 6월 18일 적대 행위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 해협은 전쟁 발발 전인 2월 28일 이전에는 전 세계 원유 및 LNG(액화천연가스)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주요 해상 에너지 수송로였다.
사우디의 호르무즈 해협 경유 원유 수출은 거의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며 하루 약 630만 배럴에 이르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사우디의 호르무즈 해협 경유 물량은 하루 626만~694만 배럴로, 630만 배럴이 전쟁 전 정상 수준이었음을 확인해준다.
실제로 최소 5척의 초대형 유조선(총 1000만 배럴 적재)이 라스 타누라(Ras Tanura) 항구를 출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으며,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여 있던 6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도 출하되기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Saudi Aramco)는 7월 2일, 아시아 고객을 대상으로 기존의 장기 계약 대신 현물(spot) 시장 가격으로 원유를 판매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는 아람코가 월별 공식판매가격(OSP)을 고지하는 기존 방식을 완전히 바꾼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번 조치는 쌓여 있던 원유 재고를 신속하게 시장에 풀고, 이란 등 경쟁국들이 아시아 시장에 복귀하기 전에 자리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특히 봉쇄 기간 동안 아시아 정제업체들이 대체 공급선을 확보한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물량을 소진해야 할 필요성이 컸다.
협정 발효일인 6월 18일, 브렌트유는 1.4% 하락한 배럴당 78.41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하락세는 계속돼 6월 말 기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은 2026년 하반기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72달러로, 평화가 유지될 경우 2027년에는 65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7월 2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70.41달러까지 떨어져 전쟁 발발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 같은 하락세는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던 6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시장에 풀리면서 단기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다.
임시 협정은 불과 60일짜리 프레임워크에 불과하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문제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세 등 해결되지 않은 변수가 산적해 있어 협정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 EIA는 6월 30일 단기에너지전망(Short-Term Energy Outlook)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가까운 시일 내에 효과적으로 폐쇄된 상태로 남을 것"이라는 가정을 유지했으며, 완전한 재개에는 수개월이 걸려 2027년 초에야 전쟁 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로이터와 애틀란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분석가들은 이 협정이 "취약(fragile)"하며, 테헤란 내 강경파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언제든지 정전 협정을 무너뜨리고 봉쇄를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 원유 수출 급증, 아람코의 현물 판매 전환, 브렌트유 가격 하락은 시장이 정상화를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60일의 시한, 해결되지 않은 핵 협상,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등으로 인해 상황이 언제든 역전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시장이 주목해야 할 핵심 신호는 단순히 흘러나오는 원유의 양이 아니라, 시장이 호르무즈 해협의 재봉쇄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할인(위험 프리미엄)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