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발견 이전까지 직접 이미징을 통해 빛이 감지된 가장 차가운 외계행성의 온도는 275K였습니다 .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트랜짓) 대기를 통과한 빛을 분석한 결과, 천문학자들은 메탄(CH₄)과 짧은 파장의 빛을 산란시키는 두꺼운 에어로졸(안개)의 명확한 신호를 발견했습니다 . 이 조합은 행성에 독특한 주황색-갈색을 부여하며, 이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의 모습과 매우 흡사합니다.
메탄의 존재는 특히 중요합니다. 메탄은 항성 복사에 의해 빠르게 파괴되는 분자이기 때문에, 이것이 감지되었다는 것은 대기가 지속적으로 보충되거나 두꺼운 안개층이 메탄을 보호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 이전에 지상 망원경(GTC, Gemini)으로 얻은 스펙트럼은 아무런 특징이 없는 평평한 형태였는데, 이는 바로 이 안개가 스펙트럼 선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JWST의 적외선 감도는 그 안개층을 뚫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한편, WD 1856 b의 대기를 더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한 전용 JWST NIRSpec Prism 관측 프로그램(8시간, 4회 트랜짓)이 이미 승인되어 메탄, 물,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암모니아 등을 고신호 대 잡음비로 관측할 예정입니다 .
이 이야기의 가장 놀라운 부분은 행성의 생존 자체입니다. WD 1856 b는 불과 1.4일 만에 백색왜성을 한 바퀴 도는 매우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색왜성은 한때 거대한 적색거성이었던 별의 죽은 핵입니다. 목성 크기의 행성이 어떻게 별이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를 때 삼켜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정답은 이 행성이 원래 별에서 매우 먼 거리를 공전하고 있었다는 데 있습니다. 별이 적색거성으로 팽창했을 때, 그 외곽 대기는 원래 행성의 궤도까지 닿지 못했습니다. 이후 별이 바깥층을 모두 떨구고 백색왜성으로 수축한 후, 다른 천체들과의 중력 상호작용이나 조석력에 의해 행성이 안쪽으로 끌려 들어와 현재의 좁은 궤도에 안착한 것입니다 . 즉, 위험이 지나간 후에 안전하게 '이사 온' 셈입니다.
186K(-87°C)는 절대적인 의미에서 뜨겁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이 '뜨겁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행성이 여전히 상당한 대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기 때문입니다. 백색왜성은 거의 열을 내지 않아 행성에 열을 공급할 수 없습니다. 대신 행성은 생성 당시의 내부 열과 조석 가열(tidal heating) 효과로 인해 대기가 완전히 얼어붙지 않는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WD 1856 b의 생존은 우리 태양계에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집니다. 수십억 년 후,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었다가 백색왜성으로 수축할 때, 5~10 천문단위(AU) 떨어진 궤도를 도는 목성과 토성 역시 적색거성 팽창 단계를 견뎌내고 안쪽으로 이동한 뒤, 죽은 태양 주변을 맴도는 '좀비 행성'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지구를 포함한 내행성들은 팽창하는 태양에 거의 확실히 삼켜질 것입니다. 결국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거대 가스 행성들뿐입니다. 이는 다소 냉정하지만 과학적으로는 깊은 통찰을 주는 사실이며, 80광년 떨어진 이 얼음 덩어리 행성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가장 극명한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