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슬리는 6월 7일 일요일, 알파인 소속으로 모나코 GP에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 중 FIA는 그에게 피트레인 속도 제한(시속 60km)을 위반했다며 5초 페널티를 각각 두 차례 부과했다. 가슬리는 세이프티카 기간 동안 이 페널티를 이행하지 못했고(기회를 놓친 것), 결국 경기 후 총 10초의 추가 시간이 적용되면서 3위에서 7위로 추락했다. Lewis Hamilton, George Russell, Franco Colapinto 등 총 5명의 드라이버가 피트레인 속도 위반 페널티를 받았는데, 이후 조사 결과 이들 중 누구도 실제로 속도 제한을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여러 위반 기록이 60.1km/h로 측정되면서 계측 시스템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알파인은 경기 직후 FIA에 정식으로 재심(Right of Review)을 요청하며 가슬리의 차량 데이터(피트 진입 전 속도 제한 장치 활성화 기록)를 새로운 증거로 제출했다. 6월 11일 목요일, FIA는 이 증거가 '중요하고 관련성 있다'고 판단해 재심을 허용했다.
핵심은 F1 공식 계측 업체인 FOM(Formula One Management)에서 나왔다. 피트레인 속도를 계산하는 데 사용된 기준 거리가 정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FOM이 설정한 기준 거리는 실제 피트레인보다 77cm 짧았다. 속도는 거리를 시간으로 나누어 계산하는데, 기준 거리가 짧으면 같은 시간 동안 더 빠른 속도로 기록되는 오류가 발생한다. 경기 후 LIDAR 스캔 결과, 모나코 피트레인의 최단 주행 가능 거리가 FOM이 계측 루프에 입력한 거리보다 긴 것으로 확인됐다. 가슬리는 결코 과속하지 않았던 것이다.
6월 12일 금요일, FIA 스튜어드는 알파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가슬리에 대한 두 건의 5초 페널티를 모두 취소했다. 가슬리는 공식적으로 3위로 복원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 페널티로 인해 3위로 올라섰던 레드불의 Isack Hadjar는 다시 4위로 밀려나며 생애 첫 F1 포디움 기회를 놓쳤다. FIA 스튜어드 공식 문서는 FOM이 '피트레인 거리 오류로 인해 경과 시간 계산이 잘못된 데이터에 기반했다'고 인정한 점을 근거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순위 복원은 즉각 이뤄졌지만, 가슬리가 레이스 직후 포디움에서 환호받을 순간은 되돌릴 수 없었다. 며칠 후 트로피가 특별히 전달되는 이례적인 수순을 밟았다.
메르세데스도 자체 재심을 요청하며 가슬리의 복원과 자사 드라이버 George Russell의 페널티를 모두 문제 삼았다. FIA는 6월 20일 심리를 예정했지만, 메르세데스는 F1과 FIA가 향후 계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확인했다며 재심 요청을 철회했다.
맥라렌은 6월 16일 화요일, 가슬리 복원 결정이 '스포츠적 공정성'을 해친다며 정식 항소 의사를 밝혔다. 레드불도 6월 17일 합류해 FIA 국제 항소 법원(International Court of Appeal)에 항소를 제기했다.
두 팀은 스튜어드의 페널티 취소 결정이 문제 있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순한 계측 오류를 넘어 절차 자체에 대한 법적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맥라렌은 특히 FIA 스튜어드의 문서 99번(수정된 최종 경기 결과)과 업데이트된 챔피언십 순위를 직접적으로 문제 삼았다.
6월 25일, 오스트리아 GP 주말을 앞두고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레드불의 Isack Hadjar가 모나코 GP 3위 트로피를 가슬리에게 직접 전달한 것이다. 현재 가슬리는 트로피를 보유하고 있으며 드라이버 순위에서도 3위로 기록됐다.
하지만 결과는 공식적으로 종결되지 않았다. FIA 국제 항소 법원은 아직 맥라렌과 레드불의 항소에 대한 심리를 시작하지 않았으며, 최종 결정까지는 '수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항소 절차는 항소 이유서 제출(15일), FIA 답변(15일), 심리 전 최소 15일 간격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늦어도 2026년 7월 말 이전에는 최종 판결이 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법원은 36명의 선출된 판사로 구성된다.
가슬리에게 모나코 GP 3위는 단순한 순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모나코는 F1 일정 중 가장 권위 있는 레이스 중 하나로, 팬, 스폰서, 그리고 드라이버의 유산(legacy)에 훨씬 큰 무게를 실어준다. 3위(15점)와 7위(6점)의 포인트 차이는 가슬리의 드라이버 챔피언십 순위와 알파인의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순위 모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알파인의 성공적인 재심은 팀의 명성에도 큰 플러스 요인이다. 공식 계측이 거의 도전받지 않는 F1에서 FOM의 계측 오류를 증명해내는 치밀한 준비와 포렌식 수준의 증거 수집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불확실성은 전례가 없다. 트로피는 이미 주인이 바뀌었지만 법적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만약 국제 항소 법원이 스튜어드의 결정을 번복할 경우, 가슬리는 두 번째로 포디움을 잃게 되는, 현대 F1 역사상 유례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