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는 이러한 전망을 팩트에 기반한 숫자로 구체화했다. 2025년 12월, STOXX 600 지수의 2026년 말 목표치를 640으로 제시하면서 약 10.5%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 이 목표치는 경기 회복세, 확장적 재정 정책, 그리고 뒤늦게 나타나는 통화 완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산출됐다. 씨티 전략가들은 관세와 통화 압박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던 2025년과 달리, 2026년에는 유럽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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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확신은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 의견에서도 드러난다. 2026년 5월 1일, 씨티의 애널리스트 앤드류 가디너(Andrew Gardiner)는 독일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아익스트론(Aixtron)의 목표 주가를 기존 32유로에서 무려 72% 상향 조정한 55유로로 제시하며 매수(Buy) 의견을 유지했다 . 이러한 상향은 AI, 광전자, 전력 반도체 등의 핵심 소재인 화합물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증착 장비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반영한 결과다. 실제로 5월 말 기준 아익스트론의 주가는 2026년에만 세 배 이상 급등하며 2001년 1월 이후 최고 가격을 기록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
2026년 6월 15일, STOXX 600 지수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637.18을 기록한 것은 단순히 실적 기대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3개월간의 중동 전쟁을 종식시키는 예비 평화 협정에 도달했다는 소식에 따른 강력한 안도 랠리의 결과였다 . 6월 19일 금요일에 서명될 예정인 이 협상 소식에 브렌트유 가격은 급락했고, 유럽 경제 전반의 핵심 비용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매수 심리가 대부분의 업종으로 확산되었다
.
이날의 랠리는 수주간에 걸친 지정학적 리스크 재평가 과정의 정점이었다. 앞서 4월에도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소식에 STOXX 600 지수는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여행, 산업재, 은행주가 상승세를 주도한 바 있다 .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누적됐던 모든 손실을 마침내 만회하면서, 이 지수의 연초 대비 상승률은 약 7.6%에 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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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씨티의 메시지가 무조건적인 낙관론은 아니었다. 씨티 전략가 베아타 만테이(Beata Manthey)는 2025년 10월, 랠리의 가장 좋은 구간은 이미 지났을 수 있다며 경고했다. 중국발 변동성과 실적 시즌 돌입이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 여력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며, 당시 씨티가 제시한 목표치 570은 약 3%의 완만한 상승을 의미하는 수준이었다 .
전체 시장 분석가들의 평균 전망치 역시 아직까지는 보수적이다. 2025년 5월, 블룸버그가 20명의 전략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STOXX 600 지수의 연말 예상 평균치는 554에 불과했다 .
무엇보다도 큰 변수는 바로 지정학이다. 미국-이란 평화 협상은 어디까지나 ‘예비’ 단계이며, 아직 구속력 있는 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러 소식통들은 이 협상의 틀이 에너지 운송 재개, 다방면의 전투 중단, 지역 동맹 재편 등을 약속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 만약 협상이 결렬된다면, 유럽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린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일순간에 사라지며 시장이 급락할 수 있다. 결국, 현 시점에서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은 평화가 지속되고 유럽 기업들이 ‘피지컬 AI’의 가능성을 실질적인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판돈을 거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