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의 심각성은 2025년 2월 세네갈 감사원의 공식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에서 2023년 사이 세네갈의 재정 적자는 매년 GDP 대비 5.6%씩 과소 추정됐으며, 이로 인해 2023년 말 GDP 대비 부채 비율이 기존 발표된 74%에서 99.7% 로 급증했다. 이는 약 70억 달러(약 9조 4천억 원) 에 달하는 숨겨진 차입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충격적인 수치였다 . 그 후 세네갈의 부채 부담은 GDP의 130% 를 넘어섰으며, 이는 국가 부도 위험을 키우는 뇌관이 되었다 .
2025년과 2026년 초, 손코는 “구조조정은 없다”는 원칙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
2025년 11월, 그는 다카르에서 열린 자신의 정당인 PASTEF(세네갈 노동·윤리·형제애를 위한 아프리카 애국자들) 집회에서 IMF가 제안한 채무 구조조정을 “국가적 굴욕” 이라고 칭하며, 정부는 절대 부채 재조정 계획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 그는 이러한 저항이 자국의 재정 주권과 시장 접근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달, IMF는 “채무 운영의 성격과 구조조정 추진 여부는 궁극적으로 주권 국가의 선택” 이라며 손코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
2026년 1월, 손코의 강경 발언은 정점에 달했다. 그는 모리타니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화되는 상환 일정에도 불구하고 “세네갈은 채무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을 것” 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우리가 기울인 모든 노력 덕분에 구조조정 없이도 이 난국에서 빠져나올 길이 보인다”고 강조하며 부채가 여전히 “지속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
두 사람을 권좌에 올렸던 정치적 동반자 관계는 2026년 5월, 결정적으로 무너졌다.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 대통령은 채무 위기에 접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를 이유로 손코를 총리직에서 경질했다 . 이는 단순한 내각 개편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결정은 정부 내에서 가장 목소리 큰 반(反) 구조조정 진영의 수장을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함으로써, 세네갈의 협상 태도를 완전히 바꾸는 구조적 전환점이 되었다 .
그러나 손코는 정치적으로 퇴장하지 않았다. 그는 이후 국민의회 의장으로 선출되어 직접적인 협상에서는 한발 물러났지만, 어떠한 IMF 협상안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의회의 최고 책임자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했다 . 그의 축출은 오히려 더 복잡한 정치 방정식을 만들어냈다.
2026년 6월 15일, IMF 실무 책임자인 베라 마틴이 다카르에 도착하기 며칠 전 , 총리 해임 이후 첫 주요 인터뷰에 나선 손코의 말투는 11월의 그와는 전혀 달랐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구조조정을 이념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대신 국민의회가 채무 구조조정을 포함한 모든 해결책을 평가할 ‘리트머스 시험지’ 를 새롭게 제시했다. “우리는 무분별한 구조조정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라고 손코는 말했다.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제가 반대한 이유는 바로 그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이 인터뷰와 그의 기존 공개 발언들을 종합하면, 향후 IMF 협상에 임하는 두 가지 핵심 조건이 도출된다.
1. ‘경제 변혁’ 시험
채무 구조조정이나 만기 재조정 등 어떤 해결책이든, 그것이 세네발의 보다 광범위한 경제 변혁 의제를 진전시키는가라는 실용적인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제 그는 추상적인 자존심이나 이념적 반대 대신 이 현실적인 잣대를 앞세우고 있다 .
2. 의사 결정의 주권
손코는 국가 부채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세네갈 자신이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2025년 11월, IMF 측이 스스로 “채무 재조정 추구 여부는 궁극적으로 주권 국가의 선택”이라고 인정한 성명은 이 조건에 큰 힘을 실어준다. 이 원칙은 양측 모두가 ‘승리’로 포장할 수 있는 협상의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다 .
손코의 입장 선회에는 여러 현실적 압박이 작용했다. 무엇보다도 도피할 수 없는 재정적 현실이 그를 짓눌렀다. GDP 대비 130%를 넘는 부채, 바닥을 기는 국제 채권 시장, 1년 반 넘게 동결된 IMF 자금 지원 프로그램 등은 낭만적인 주권론만으로 막을 수 없는 벽이었다 .
정치적 지형도 변했다.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그는 자신의 초기 완고함을 매우 위험하게 만들었던 행정부의 책임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대신 국민의회 의장으로서 거래권을 쥐게 된 그는 이제 협상을 막는 것이 아닌, 주도하는 형태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IMF 협상 자체가 중대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IMF 실무 책임자인 베라 마틴이 2026년 6월 중순 며칠간의 기술적 논의를 위해 다카르를 방문할 예정이었고, 손코의 인터뷰는 이 방문에 정확히 맞춰져 있었다 . 이 메시지의 변화는 세네갈 집권 연합 내에서 가장 강경했던 목소리조차도 이제는 자기들만의 조건으로 구조화된 IMF 협상안을 수용하기 위한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 투자자들과 세네갈 국민 모두에게 이제 더 이상의 관심사는 ‘세네갈이 IMF와 손잡을 것인가’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긴급 회담에서 도출될 합의안에 국민의회가 궁극적으로 어떤 조건을 달고 이를 승인할 것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