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는 이미 아르헨티나, 모로코, 페루, 필리핀, 영국 등과 11건의 새로운 양자 간 핵심 광물 협정이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17개국과는 협상을 완료했다 . OPEN 프로그램은 펜타곤에서 국무부와 비영리 기구인 핵심 광물 포럼(CMF)으로 이관되어 서방 금속 무역 블록의 근간이 될 예정이었다
.
에비앙 회의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협상은 이 계획의 천문학적인 비용, 모호한 거버넌스 체계, 그리고 정부가 부과한 기준 가격이 오히려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 앞에 가로막혔다 .
주요 동맹국들은 이미 독자적인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일본, 프랑스, 캐나다는 캐나다가 주도하는 '구매자 클럽', 특정 희토류 수입 할당제,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광산 업체 보조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별도의 접근법을 개발 중이다 . 한편 G7은 매년 바뀌는 의장국 체제를 넘어 핵심 광물 정책을 총괄할 상설 사무국 설립을 추진하며, 미국의 양자 협정 중심 전략보다 다자간 제도권 내에서의 공조를 선호하고 있다
.
이는 근본적인 철학 차이를 드러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대일 상업 자본 투입을 빠르게 결정하는 양자 외교를 선호하며, 광물안보파트너십(MSP) 같은 다자 포럼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 반면, 프랑스가 주도하는 G7은 2025년부터 'G7 핵심 광물 실행 계획'을 통해 표준 기반 시장 구축, 추적 가능성 요건, 다자개발은행을 통한 자본 동원, 공급망 다변화 등 제도적 틀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속도와 관세로 무장한 워싱턴의 접근법과는 결이 다른 셈이다.
실제로 G7 회원국들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비공개 협상에서 "펜타곤 AI 프로그램에서 도출된 가격 체계에 블록이 의존하는 방안에 대한 열의를 잃었다"고 전해진다 .
미국 광업협회(NMA)는 일관되게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설정 대신 시장 친화적 인센티브를 촉구해왔다. 협회가 의회 증언과 공개 논평을 통해 강조한 해법은 신규 광산 인허가에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는 인허가 개혁, 45X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같은 투자 세제 혜택 확대, 정부의 직접 구매 보장, 그리고 명확한 규제 로드맵이다 . 협회는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개입이 오히려 민간 자본을 위축시키고 수요-공급 신호를 왜곡해 장기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다른 업계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보조금을 등에 업고 시장에 쏟아붓는 값싼 정제 광물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온 생산자들에겐 '보장된 기준 가격'이야말로 강력한 위험 회피 수단이기 때문이다. 원가 경쟁력이 있어도 인위적으로 낮춰진 중국산 가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서방 업체들에겐, AI가 보증하는 '구조적 가격'이 고비용 채굴·가공 프로젝트에 자금을 댈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논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직접 개입의 전례도 남겼다. 2025년, 펜타곤은 미국 최대 희토류 광산 업체인 MP 머티리얼즈의 우선주에 4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15%를 확보하고, 1억 5천만 달러의 대출에 더해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이 주선한 약 10억 달러의 민간 자금 조달과 최저 가격 보장을 패키지로 제공했다 . 하지만 행정부는 이후 의회의 불충분한 예산 책정과 수십 개 광물 각각의 시장 가격을 산정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하며, 미래 협정에서는 광범위한 최저 가격 보장 방식을 배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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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6월 12일 발표한 '2026 세계 무역 업데이트'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양자 전략에 정면으로 경고음을 울렸다 . UNCTAD는 니켈, 구리, 희토류 등 핵심 에너지 전환 광물(CETMs)의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70개가 넘는 파트너십 협정이 체결되어 있으며, 상당수가 미국 주도라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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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TAD의 핵심 우려는 배타적이고 특혜적인 무역 블록과 정부 주도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글로벌 광물 시장을 서방 주도 진영과 중국 주도 진영으로 쪼개버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열은 비용을 상승시키고 시장 유동성을 떨어뜨리며, 지정학적 블록 경쟁으로 글로벌 무역 재편을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약 18,000개의 새로운 무역 차별 조치가 도입된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광물 파트너십은 이 소용돌이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또 하나의 큰 쟁점은 세계무역기구(WTO)와의 상충 가능성이다. OPEN 모델과 연계된 특혜적 기준 가격과 조정 관세는 모든 WTO 회원국에 동등한 접근을 보장하는 '최혜국 대우' 원칙과 '비차별' 원칙이라는 다자 무역 체제의 근간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 미국이 주도하는 접근법은 전통적인 무역 조치를 넘어 공급망 안보를 위해 특혜 무역 협정과 가격 하한선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는데, 이 때문에 UNCTAD는 이것이 WTO 의무와 일관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만약 이슈가 제기된다면, 이미 엄청난 부담을 겪고 있는 글로벌 무역 체제에 공식 분쟁이라는 또 다른 뇌관을 더할 수도 있다.
물론 UNCTAD가 서방의 공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기관은 개발도상국들이 자국 내 정제·가공 역량을 확장하고 광업을 더 넓은 경제 부문과 연결하며, 녹색 에너지 전환의 과실이 글로벌 사우스에 돌아가도록 하는 '차세대 파트너십'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 핵심은 설계와 거버넌스에 달려 있는 셈이다.
6월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OPEN 프로그램은 풀리지 않은 지정학적 퍼즐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술과 초기 양자 협정, 전략적 명분이라는 카드를 쥐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것은 합의다. 동맹국도, 광업계도, 세계 무역 규칙을 관장하는 다자 기구도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
만약 G7이 상설 사무국 체제로 기운다면, 미국은 중국의 규모에 필적할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는 양자 트랙만 고집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 동맹국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AI 가격 모델을 밀어붙이면 외교적 균열과 WTO 소송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뒤로 물러선다면, 국가 안보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21세기 핵심 광물 분야에서 중국의 패권에 맞서기 위해 내놓은 시그니처 정책 자체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
이 판의 승패는 단일 정상회의를 넘어선다. 앞으로 서방이 21세기 경제를 움직일 광물을 위한 통합된 무역 구조를 만들지, 아니면 서로 갈라져 중국의 손을 들어주는 경쟁 블록으로 분열될지가 이 결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