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리드 시퀀싱은 연속된 DNA 조각을 15,00020,000 염기쌍(base pair) 길이로 읽어낸다. 이는 현재 표준인 숏리드 방식의 150300 염기쌍보다 약 100배 더 긴 길이로, 덕분에 기존 방식으로는 정확히 해독할 수 없었던 복잡한 유전체 영역, 반복 서열, 그리고 커다란 구조적 재배열(structural rearrangements)까지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
이 검사의 또 다른 장점은 같은 시퀀싱 과정에서 DNA 메틸화(DNA methylation)와 같은 후성유전학적 변형 정보까지 추가 비용이나 별도 검사 없이 함께 포착해낸다는 점이다. 이는 유전자의 기능적 정보를 한층 더 풍부하게 제공한다 .
2026년 유럽인간유전학회(ESHG 2026)에서 발표된 83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 결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롱리드 유전체 시퀀싱을 시행한 그룹에서는 160명(19.2%) 이 확정 진단을 받은 반면, 기존 표준 검사 그룹에서는 137명(16.5%) 으로, 절대 진단율이 2.7%p 증가해 약 3% 더 많은 진단을 이끌어냈다 .
이는 언뜻 보기엔 작은 차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미 고도로 최적화된 표준 검사를 시행한 후에도 답을 찾지 못한 환자들에게서 추가로 진단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발전이다. 앞서 발표된 다른 연구들에서는 숏리드 유전체 시퀀싱 후에도 진단되지 않은 환자 코호트를 대상으로 롱리드 시퀀싱을 적용했을 때 7~17%의 추가 진단율을 보였다 .
현재 희귀질환의 표준 진단 워크플로우는 단일염기 변이(SNV), 작은 삽입·결실(indel), 구조 변이, 짧은 연속 반복(STR) 확장, 그리고 복잡한 재배열 등 각기 다른 유형의 유전자 변이를 찾기 위해 여러 검사를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롱리드 검사는 이 모든 변이 유형을 단 하나의 분석으로 찾아내어 최대 15개의 기존 검사를 대체할 수 있다 .
라드바우드 UMC는 이미 이 검사를 임상 현장에 도입하여 연간 최대 5,000건의 검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 연구에서 HiFi 전장 유전체 시퀀싱은 다양한 변이 유형 전반에서 표준 검사와 96.4%의 일치율을 보였으며, 연간 환자 집단을 모델링한 결과 약 3.4%의 사례에서 유전적 진단 결과를 향상시키거나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
리세나 비세르스(Lisenka Vissers) 교수와 연구팀은 롱리드 시퀀싱을 희귀 유전질환의 1차 진단 도구로 전 세계에서 채택할 것을 권고한다. 그 이유는 실용적이다. 기존의 여러 검사를 전전하는 방식보다 더 빠르고, 더 포괄적이며, 더 효율적인 하나의 검사가, 정답을 찾기 위해 수년간 방황해야 했던 환자와 가족들의 ‘진단 오디세이(diagnostic odyssey)’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번 연구는 단순한 가능성 제시가 아니다. 이미 임상 실험실에서 대규모로 가동 중인 기술을 검증하고, 여러 검사를 하나의 롱리드 워크플로우로 전환하는 것이 다른 의료 기관에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숏리드 엑솜 및 유전체 시퀀싱이 널리 보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했던 거대한 진단의 공백을, 이 기술이 일상적인 진료에서 조금씩 메워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