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주 터키 이란 대사관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왜 선수단 비자 발급 소식만 강조하고, 매니지먼트와 행정, 기술 고문 등 필수 인력 다수가 거부된 사실은 숨기나”라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 측이 ‘환영한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실질적인 팀 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
이란은 곧바로 미국의 행동을 **“가장 악의적인 형태의 정치적 스포츠 간섭”**으로 규정했다 . 대표팀 감독진은 멕시코에서 전지 훈련을 소화해야 했지만, 지원 스태프 없이 ‘반쪽짜리 대표팀’으로 월드컵을 치르게 된 셈이다. 이란은 FIFA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내 “인판티노 회장의 약속을 지키라”고 강력히 요구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
비자 논란은 이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소말리아 출신의 심판 오마르 아르탄은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신원 검증 우려”**라는 이유로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에 의해 입국이 거부됐다. 유효한 비자와 외교관 여권을 소지했음에도 불구하고다 .
아르탄은 2025년 아프리카 올해의 남자 심판으로 선정된 인물로, 소말리아 출신 최초로 월드컵에 참가하는 역사적인 주심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FIFA는 미국 당국의 결정을 수용해 그의 명단을 삭제했고, 아르탄은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고향 소말리아에선 마치 영웅을 맞이하듯 그를 따뜻하게 환영하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연출됐다 .
이를 두고 앤드류 줄리아니 백악관 태스크포스 대표는 “적대적 행위자들이 월드컵을 악용할 수 없다”는 논리로 비자 거부를 옹호하며, 보안 심사가 곧 주권 행사임을 분명히 했다 . 소말리아가 이미 미국의 ‘완전 여행 금지’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도 이번 사태를 복잡하게 했다. 사실상 정치적 분류가 경기장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사태는 더 넓게 번졌다. 개막을 불과 6일 앞둔 시점에, 이란 축구 연맹(FFIR)은 깜짝 발표를 했다. FIFA가 이란 팬들에게 배정된 3차례 그룹 스테이지 티켓 전량을 회수했다는 것이다. 이는 뉴질랜드전(6월 15일, LA)과 벨기에전(6월 21일, LA), 이집트전(6월 26일, 시애틀) 등 미국 내에서 열리는 모든 조별 리그 경기에 해당하는 조치였다 .
FIFA 규정상 각 회원국 협회에겐 경기장 수용 인원의 8~9% 티켓이 배정된다. 이미 수천 명의 이란 팬들은 티켓을 확보하고 항공권과 숙소까지 준비한 상황이었다. 이란 측은 “월드컵 무대에서 이란 팬의 존재를 사보타주하기 위한 의도적 결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 FIFA는 뒤늦게 “팬들이 경기에 참석할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을 뿐이다 .
이 모든 사태는 기존의 미-이란 외교 갈등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여행 금지 조치, 군사적 긴장, 테러 지원국 지정 등은 이미 수년간 이어져 온 문제다 . 이번 월드컵은 이러한 갈등이 단순히 정치적 담론을 넘어 **관객과 선수, 심판 개개인의 운명을 가르는 ‘현실적 억압’**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란의 핵심 협상가가 비자를 받은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현장의 스포츠 정신을 책임질 스태프와 팬의 희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심지어 경기 당일 미국을 오가야 하는 원정팀 일정도 극히 예외적인 ‘당일 출입’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이란 팀의 경기력 저하 우려마저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