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 마련된 정책적 지형도 큰 영향을 미쳤다. EU의 ‘경쟁력 나침반’은 이미 혁신 격차 해소, 전략적 의존도 감축, 경제 탈탄소화를 피할 수 없는 핵심 과제로 못 박았다 . 2025년 11월 ‘유럽 디지털 주권을 위한 프랑스·독일 정상회의’는 2026년까지 합동 태스크포스 결과 보고를 명령하며, EU 내 최대 두 경제 대국이 말에서 행동으로 옮길 준비가 됐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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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유럽의회도 목소리를 더했다. 공식 보고서를 통해 유럽 디지털 공공재 육성을 위한 EU 차원의 조율된 행동을 촉구하며, 단순한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며 상당한 공공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했다 . 입법자들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디지털 주권을 원한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이번 패키지에는 유럽 에너지 위기의 뼈아픈 교훈도 담겨 있다. 전문가와 관료들은 현재의 디지털 의존도를 과거 러시아 가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비유하며, 브뤼셀이 구조적 위험을 위기가 터지기 전에 줄이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
2023년 제정된 유럽 반도체법의 후속으로 제안된 이 법안은 산업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기존 반도체법이 제조 능력 확충에 초점을 맞췄다면, 칩스법 2.0은 유럽에서 제조된 반도체, 특히 AI 칩에 대한 역내 수요를 진작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칩스법 2.0이 하드웨어를 지키는 법이라면, CADA는 그 위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지키기 위해 설계됐다. 이 법안은 EU 전역에 단일한 클라우드 서비스 주권 프레임워크와 4단계 보증 수준을 도입하며, 회원국들은 이를 이용해 공공 부문 계약에 대한 주권 위험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
현실적인 파급력은 상당하다. 가장 높은 위험 등급의 정부 계약은 사실상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의 입찰이 금지될 전망이다. 이들은 미 클라우드법으로 인한 법적 위험 때문에 EU의 데이터 접근 주권 요건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위험 관리 차원을 넘어, CADA는 공공 클라우드 및 AI 소프트웨어 조달에 ‘자유 소프트웨어 우선’ 원칙을 도입한다. 이는 공적 자금을 써서 구매한 소프트웨어는 재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는 뜻으로, 유럽 외 독점 기업에 대한 ‘록인 효과’를 뿌리 뽑기 위한 조치다 .
이 전략의 핵심 임무는 기술 스택 전반에 걸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 실질적으로 이는 정부 자금으로 지원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점차 재사용과 협력적 개선을 허용하는 라이선스를 가진 오픈소스 방식으로 전환될 것임을 의미한다. 또한 역사적으로 공공 입찰에서 독점 기업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유럽의 중소기업(SME) 및 오픈소스 기업들을 위한 경쟁의 장을 평평하게 만들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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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위원회는 이미 이 원칙에 현금을 투입하고 있다.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프로그램을 통해 오픈소스 AI 모델 발전에 5천만 유로를 배정하며, 오픈소스 AI를 ‘메이드 인 유럽’ AI 생태계의 핵심 원칙으로 삼았다 .
패키지에서 가장 덜 알려진 구성 요소는 에너지 부문을 위한 로드맵이다. 이는 에너지망과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 인프라에서 중대한 기술 의존성을 파악하고 줄이기 위해 EU 차원의 조율된 행동을 촉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이버 사고나 외국 통제 지점 하나가 즉각적인 물리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분야에 동일한 위험 감소 논리를 적용한 것이다 .
기술 주권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이 패키지는 단일한 새로운 기금을 창설하는 대신, 기존 금융 수단을 조율하고 활용해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달성하려 한다.
이 패키지에 담긴 메커니즘은 세 가지 지렛대를 동시에 작동시키도록 설계되었다.
강제는 긴급 권한과 금지 조치를 통해 실현된다. 칩스법 2.0은 집행위가 국가 인허가를 무시하고, 위기 선언 시 상업용 칩 생산을 강제 징발할 수 있게 한다 . CADA는 무역법이 아닌 조달법을 통해 가장 민감한 계약에서 미국 클라우드 기업을 암묵적으로 배제한다.
경쟁은 수요 측면의 혁신을 통해 촉진된다. AI 칩을 위한 ‘그랜드 챌린지’ 방식은 규제의 벽 뒤에서 겨우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유럽 혁신 생태계를 만들려는 시도다 . 반도체 수요 집계 메커니즘은 확실한 내부 고객 없이는 유럽 파운드리도 확장할 수 없다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협력은 오픈소스 전략과 조달 개혁이라는 축으로 흘러간다. 공적 자금이 쓰인 코드는 반드시 재사용 가능하게 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집행위원회는 장기적인 개발 비용을 낮추고 어떤 특정 정부도 독점적인 외국 벤더에 갇히지 않도록 하는 공동의 디지털 공유지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
두 개의 입법 제안—칩스법 2.0과 CADA—이 법으로 통과되기까지는 EU 27개 회원국 전체와 유럽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오픈소스 전략과 에너지 로드맵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EU의 디지털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자금 배분과 정책 방향을 강력하게 규정할 것이다.
통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 제안들은 미국 기술 공룡들의 시장 지위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며, 브뤼셀과 워싱턴 간의 통상 외교가 최종 문안에 불가피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과 긴밀한 정보 공유 관계를 맺고 있는 회원국들은 클라우드 사업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CADA 일부 조항에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1,200억 유로 규모의 반도체 투자 목표도 여러 번의 선거를 거치며 지속적인 정치적 의지가 뒷받침되어야만 하는 포부일 뿐이다.
하지만 큰 방향은 정해졌다. 이 기술 주권 패키지는 디지털 인프라가 에너지망이나 국방 공급망과 다를 바 없는 핵심 인프라라는 시각을 제도화했다. EU는 더 이상 자신의 디지털 미래를 임대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결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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