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은 공식 블로그와 X(구 트위터)를 통해 "이번 명령을 준수하기 위해 페이블 5와 미토스 5를 모든 고객에게서 갑작스럽게 비활성화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 다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챗봇 '클로드(Claude)'를 포함한 다른 AI 모델들은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발단은 AI의 '탈옥(Jailbreak) 취약점'과 자율적 사이버 보안 연구 역량에 대한 우려입니다 . 놀라운 점은, 정부가 증거로 제시한 탈옥 사례가 '특정 코드베이스를 읽고 소프트웨어 결함을 수정하게 하는 방식'의, 극히 제한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은 구두 설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입니다
.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사태에는 앤트로픽이 그동안 강조해 온 '안전 경고'가 오히려 정부의 과잉 대응에 기름을 부은 측면이 있습니다. 앤트로픽은 이전부터 미토스 5가 심각한 사이버 보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인정해 왔고, 이 때문에 백악관은 제한적으로 접근 권한을 부여할 연방 기관들을 위한 별도의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 공개적으로 배포된 페이블 5는 유해한 요청을 거부하도록 훈련된 '안전판' 버전이었지만, 정부의 발걸음은 그 어떤 안전장치도 신뢰하지 않는 듯 훨씬 빨랐습니다
.
이는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특정한 거대 언어 모델(LLM)을 국가 안보의 위협 요소로 분류하고, '의제 수출(Deemed-Export)' 규정을 적용하여 미국 영토 안에 있는 외국인에게까지 기술 접근을 막은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직접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에게 이 수출 통제 조치를 서한으로 통보했습니다
.
이 명령이 전 세계적인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진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규제의 칼날이 앤트로픽의 핵심 인력을 향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 금지 조치가 "미국 내외를 불문한 모든 외국인, 이는 앤트로픽의 외국인 직원도 포함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
이는 곧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앤트로픽의 최전선 안전 연구 프로젝트인 '글래스 윙(Glass Wing)'에서 일하는 연구원과 엔지니어조차 이 모델에 접근할 수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 회사 내부의 개발 환경마저 마비된 상황에서, 외부 고객의 접근만 선별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무의미했습니다. 결국 앤트로픽이 규정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기술적 혹은 법적 해결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전 세계 서비스를 올스톱하는 완전한 글로벌 셧다운뿐이었습니다
.
이번 사건은 미국이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닌 무기나 첨단 방위 기술처럼 취급하며, 수출 통제 법률을 극적으로 적용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의제 수출' 규정이란, 미국 내에서 통제 기술을 외국인에게 공유하는 행위 자체를 해외로 수출하는 것과 동일한 법적 효력으로 간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앤트로픽은 신속히 조치에 따랐지만, 이번 결정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습니다. 회사는 공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것이 오해라고 믿으며, 가능한 한 빨리 접근 권한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
앤트로픽 측은 정부가 우려하는 탈옥 증거가 좁은 범위에 국한되었으며, 실제 위험을 과대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입니다 . 회사는 당분간 다른 모든 클로드 모델을 정상 운영하며, 페이블 5와 미토스 5의 접근을 복구할 수 있는 협상 경로를 모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현재로서는 이 전례 없는 명령은 여전히 유효하며, 국가 안보를 이유로 공개 시장에서 퇴출된 가장 강력한 두 AI 모델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잠들어 있습니다. 이 조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그리고 다른 선도적인 AI 기업들에게 어떤 선례로 남을지는 급격히 격화되고 있는 '최첨단 AI 사용 권한' 논쟁의 다음 챕터를 장식할 것입니다.
Comments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