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구조 자체도 이례적이었다. 스페이스X는 투자자 수요에 따라 가격 범위를 조정하는 전통적인 북빌딩 방식을 건너뛰고, 135달러라는 고정 가격을 제시했다. 이는 수요가 그만큼 폭발적이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공모가 확정 전부터 약 1,500억 달러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고 전해진다.
IPO 직전까지도 머스크의 재산은 글로벌 부호 순위에서 2위와의 격차를 역사상 가장 크게 벌린 상태였다. 포브스 실시간 추정치는 2026년 6월 초 기준 약 7,880억~8,110억 달러였고, 보다 보수적인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는 약 7,220억 달러를 가리켰다. 이 차이는 대부분 비상장사 지분에 대한 평가 방법론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스페이스X의 IPO는 그 논란을 해소시켰다. 공모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머스크가 보유한 약 42%의 스페이스X 지분가치는 약 8,665억 달러로 평가되었다. 여기에 당시 약 3,550억 달러 규모의 테슬라 지분 12%를 더하면, 계산은 명확하게 1조 달러를 넘어선다.
여러 금융 매체가 6월 12일 일제히 머스크의 순자산이 1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 지위를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이 이정표는 거의 전적으로 스페이스X 주식의 공개 시장 재평가 덕분이었다. 그간 비상장 상태에서 증권 서류상의 '종잣돈'에 불과했던 것이, 하룻밤 사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동적인 숫자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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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각종 지수는 여전히 정확한 숫자를 두고 제각각일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과 폭은 워낙 커서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포브스 추정치는 IPO 이후 순자산이 1조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역사적인 첫 거래가 진행되는 동안, 머스크는 전략적으로 그 못지않게 중요한 또 다른 사업의 포석을 놓고 있었다. 그는 6월 11일에서 12일까지 열린 ASML의 비공개 연례 기술 콘퍼런스에 가상으로 참석해, '파이어사이드 챗' 형식으로 이 네덜란드 기업의 직원들에게 직접 연설했다.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만드는 회사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ASML 장비 없이는 어떤 최첨단 칩 공장도 운영될 수 없다. 머스크는 이 행사 전부터 ASML을 가리켜 "틀림없이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이라고 공개적으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주제는 '테라팩(Terafab)'이었다. 2026년 3월에 공개된 이 스페이스X-테슬라 합작 법인은 최소 550억 달러를 들여 미국에 초거대 최첨단 칩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 시설은 머스크 사업체들의 AI, 로봇 공학, 자율주행차, 우주 데이터센터용 첨단 칩을 생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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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은 이 프로젝트를 "진지한 시도"로 간주했다. 내부 메시지와 공개된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행사 기간 ASML 경영진과 첨단 리소그래피 장비 조달에 대해 직접 논의했다. ASML 대변인 또한 "테라팹을 통해 머스크와 그의 팀은 더 넓은 반도체 생태계의 일부가 되고 있으며, ASML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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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부 마찰도 없지 않았다. 일부 ASML 직원들은 머스크의 관여와 그것이 회사의 가치에 미칠 영향에 우려를 표했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 IPO 주간에 이런 초청이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가 양측이 이 잠재적 파트너십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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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은 단순한 부의 이정표가 아니었다. 이날은 머스크의 산업적 야망이 어떻게 수렴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스페이스X의 상업적 발사와 스타링크 매출은 막대한 자본을 풀어주는 공개 시장의 평가를 뒷받침한다. 그 자본은 다시 테라팹을 통한 반도체 공급망의 수직 계열화로 이어지며, 성공할 경우 머스크의 기업들은 AI와 로봇 공학의 핵심 두뇌를 외부 칩 제조사에 덜 의존하게 된다.
이날은 머스크의 부를 측정하는 방식 자체가 바뀐 날이기도 하다. IPO 이전에는 그의 가장 큰 자산인 스페이스X가 비상장이었기 때문에 평가의 편차가 극심했다. 상장은 그 불투명성을 매일 거래되는 시장 가격으로 전환시킨다. 한 분석이 지적했듯, 3가지 독립적인 실시간 가격 예측 축(수주 잔고, 폴리마켓 계약, 학계 평가 모델)이 모두 다른 방향을 가리켰고, 약세 전망과 강세 전망의 격차는 무려 1조 5,000억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그 넓은 스펙트럼은, 역사상 최대 IPO가 있은 후에도 시장이 '로켓을 쏘고, 위성을 운용하며, AI를 개발하고, 2026년 6월 현재 반도체 제조까지 공격적으로 진출하는 복합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여전히 가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머스크에게 1조 달러라는 숫자는 하나의 헤드라인일 뿐이다. 그 기저의 작동 방식이 보여주는 더 단단한 진실은 이제 그의 부가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되며, 제국이 나아갈 다음 장은 바로 그 제국을 작동시킬 반도체 확보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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