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래 무덤은 호주와 남극 사이 인도양 남동부 해저를 가로지르는 지질학적으로 복잡한 디아망티나 균열대(Diamantina fracture zone) 에 자리 잡고 있다. 해령과 해구, 계곡이 거칠게 뒤엉킨 이 지형을 탐사한 결과, 연구팀은 수심 4,616m에서 7,002m에 이르는 구간에서 485곳에 달하는 고래 유해 지점을 기록했다 .
유해의 밀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조사 구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이 일대 전체에는 1만 개체가 넘는 고래 유해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이러한 압도적인 집적도는 그간 발견된 어떤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 장소를 심해 평원을 수백 km에 걸쳐 가로지르는 잠재적인 ‘고래 낙하(whale-fall) 군집 슈퍼 회랑’ 이라고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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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견이 지닌 가장 경이로운 측면은 그 시간성이다. 가장 오래된 화석은 약 530만 년 전인 플라이오세(Pliocene)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이는 과학계에 알려진 가장 긴 연속적인 고래 낙하 기록이다 . 이곳은 마치 타임캡슐처럼 부패가 한창 진행 중인 5구의 현생 고래 사체 군집과 476점의 고래 화석을 한데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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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다양한 고래 과(Family)의 화석을 식별했다.
이러한 다양성은 이 장소가 집적된 하나의 지점에서 수백만 년에 걸친 심해성 고래의 진화를 포착한 전례 없는 자연 기록 보관소로서의 가치를 입증한다.
왜 이토록 많은 고래 사체가 이 특정 구역에 집적되었는지 이해하려면 지리와 바닷물의 화학적 특성이 만들어내는 수렴 작용을 살펴봐야 한다. 디아망티나 해역의 가파르고 험한 지형은 가라앉는 유기물에게 거대한 장애물 코스로 작용한다. 평평한 심해 평원으로 흩어지는 대신, 고래 사체는 깊고 좁은 해구와 해령 시스템에 걸려 이곳으로 모이게 된다 .
특히 심층 해수의 독특한 화학 성분이 이 보존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 지역의 해양 데이터에 따르면, 심층수는 극심한 저산소 상태다. 용존 산소 농도가 대부분의 생물이 생존할 수 없는 범위인 5 µmol/kg 이하의 아산소(suboxic) 상태까지 떨어진다 . 산소가 이토록 희박한 환경에서는 평소에 뼈를 분해하는 청소 동물과 박테리아의 활동이 크게 둔화된다. 통상적인 해양 환경에서는 수십 년 내에 해체될 유해도 이곳에서는 수천 년 동안 분해되지 않고 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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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또한, 이 해역 표면에 풍부한 먹잇감이 오래전부터 심해 잠수성 고래들을 불러 모았고, 그로 인해 자연적으로 많은 고래가 이 수역에서 살다 죽어 가라앉았을 것이라는 이론을 제시한다 .
고래 한 마리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고래 낙하(whale fall)’로 알려진 이 현상은, 고래가 죽어 해저로 가라앉을 때 그 거대한 신체가 영양분이 극도로 부족한 심해에 어마어마한 유기물 보너스를 선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30톤짜리 고래 한 마리의 연조직에는 약 1,200kg의 활성 유기 탄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100제곱미터의 심해저에 1,000년 동안 공급되는 일반적인 탄소 유입량과 맞먹는 수치다 .
이러한 군집들은 심해 평원에 고립된 생명의 디딤돌 역할을 한다. 이번에 확인된 530만 년에 걸친 연속적인 화석 기록 덕분에 과학자들은 이런 고도로 특화된 동물들이 진화적 시간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대양 분지 전역으로 어떻게 분산되었는지를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 이곳에서 관찰된 종들 중 일부는 과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종일 가능성도 있지만, 확인을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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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경이로움을 넘어, 디아망티나 해역의 네크로폴리스는 엄청난 규모의 지구 탄소 저장고이기도 하다. 고래 낙하를 통한 탄소 수출은 표층의 유기 탄소를 심해로 보내는 가장 효율적인 메커니즘 중 하나로, 해양 미세 입자(marine snow)의 느린 강하 속도보다 최대 2,000배나 빠르다 . 고래 사체가 이 깊이에 도달하면 그 안에 저장된 방대한 양의 탄소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의 시간 규모 동안 대기로부터 효과적으로 격리된다.
조사된 지역에서 제곱킬로미터당 최대 759.5개체에 달하는 유해 밀도는 심해저의 거대한 장기 탄소 격리 지대를 의미한다 . 기후 과학자들이 해양의 생물학적 탄소 펌프를 더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지금, 이와 같은 발견은 전 지구적 탄소 순환에서 대형 해양 척추동물이 수행하는 과소평가된 역할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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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견은 차세대 심해 잠수 기술의 위력을 증명하는 사례다. 지구상 가장 깊은 해구까지 잠수할 수 있는 중국의 유인 잠수정 ‘펀더우저’는 원격 조종 장비나 트롤(trawl) 그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생물학적 조사를 가능하게 했다. 이번 발견은 아직 탐사되지 않은 전 세계의 균열대와 심해구마다 저마다 수백만 년에 걸친 심해 생명과 죽음의 기록을 간직한 ‘네크로폴리스’가 존재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
현재로선, 디아망티나 해역의 고래 무덤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남아 있다. 530만 년 전에 시작된 고래 한 마리의 죽음으로 시작되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새로운 사체 하나하나와 함께 세상의 바닥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계속 쓰이고 있는 이야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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