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처럼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기에는 시장의 압박이 너무나 거세졌다. 불과 24시간 만에 오픈AI는 가격을 두 배로 올렸지만, 같은 날 딥시크는 V4 모델을 9분의 1 가격에 출시하며 시장의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 결국 고가 정책과 IPO를 앞둔 현실 사이에서 오픈AI는 가격 인하라는 극적인 방향 전환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오픈AI의 내부 상황은 표면적인 화려함과 달리 녹록지 않다. WSJ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내부적으로 설정한 신규 사용자 유치 및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일부 경영진은 천문학적인 데이터센터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세라 프라이어(Sarah Friar)는 매출 증가 속도가 충분하지 않으면 향후 컴퓨팅 계약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부 지도부에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
수익 구조 역시 취약하다. 로이터 통신의 2025년 말 분석에 따르면, 전체 사용자 중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5% 미만에 불과하며, 이를 통해 발생하는 유료 수익조차 AI 응답 생성에 필요한 즉각적인 컴퓨팅 비용을 간신히 충당하는 수준이다. 마케팅, 연구개발(R&D), 인건비 등 기타 막대한 지출은 고려하지도 않은 수치다 .
오픈AI는 최근 **최대 1조 달러(약 1,300조 원)의 기업 가치를 목표로 하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초 작업에 돌입했다 . IPO는 회사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동반한다. 더 이상 벤처캐피털의 투자금으로 적자를 메우며 '밑지는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오픈AI의 API 가격 체계는 막대한 외부 투자 보조금을 전제로 한 '비용 미만'의 구조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IPO는 이러한 보조금 모델의 종말을 의미하며, 가격을 실제 비용 회수와 마진 확보가 가능한 수준으로 현실화하도록 강제한다 .
문제는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미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도이치뱅크는 오픈AI가 2029년까지 누적 1,430억 달러(약 186조 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HSBC는 같은 기간 2,070억 달러(약 270조 원)의 자금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암울한 분석을 내놓았다 .
가격 인하 압박은 내부 사정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AI 연구소 딥시크(DeepSeek)는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군림하며 전방위적인 가격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딥시크는 최근 자사의 주력 모델인 V4 Pro의 가격을 75% 영구 인하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따라 입력 토큰 100만 개당 가격은 0.27달러로, 이는 오픈AI의 GPT-5.5 대비 약 7~17배 저렴한 수준이다. 더욱 소형 모델인 V4 Flash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하이쿠(Claude Haiku)보다 무려 10배나 저렴하게 공급된다 .
현재 AI 모델 시장은 빠르게 두 개의 뚜렷한 계층으로 재편되고 있다.
2025년 4분기 기준, 기업용 AI 시장 점유율은 앤트로픽(40%), 오픈AI(27%), 구글(21%) 순으로, 상위 3개 사가 전체의 88%를 장악하고 있다 . 하지만 딥시크의 등장과 함께 이 같은 구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특히 개발자와 기업 고객들 사이에서는 "성능은 조금 떨어져도 가격이 10배 이상 저렴하다면"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며, 중간 가격대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중간 지대의 소멸(the end of the middle)' 이라 부른다
.
결국 오픈AI는 복잡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최근 GPT-5.5 가격을 올리며 '돈 되는 AI'를 향한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IPO를 앞둔 시장의 냉혹한 평가, 내부 실적 부진, 그리고 앤트로픽과 딥시크라는 두 갈래의 도전 앞에서 결국 생존을 위한 '가격 인하'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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