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인해 걸프 지역 산유국들은 3월에만 하루 평균 750만 배럴(b/d)의 생산을 중단해야 했고, 4월에는 그 수치가 910만 배럴로 늘어났다 .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은 그달 하루 1,010만 배럴이나 급감했다
. 국제 유가의 기준 지표인 브렌트유는 4월 7일 배럴당 138달러까지 폭등했다
.
사완의 논지는 이 위기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잔혹한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유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며 이것이 “앞으로 5년에서 10년의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이미 설정해 놓은 상승 궤도를 단지 앞당겼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
전쟁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동안, 사완은 진정한 장기 상승 동력으로서 ‘지속적인 글로벌 수요’를 지목했다 . 세계의 석유 소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이는 구조적으로 견고한 흐름이다. 2026년 6월 EIA의 단기 에너지 전망(STEO)에서 높은 유가와 각국 정부의 소비 억제 정책으로 올해 석유 수요가 하루 약 1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극단적인 가격에 대한 일시적인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 현상일 뿐 영구적인 변화가 아니다
. 사완의 논리에 따르면, 유가가 비록 높은 수준이라도 일단 안정되면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과 산업 활동에서 비롯되는 근본적인 수요 증가세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사완이 던진 가장 직설적인 한마디는 이것일지도 모른다. “손쉬운 원유와 가스는 이미 모두 발견됐습니다.” 이는 구조적인 공급 문제를 인정하는 솔직한 선언이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원유를 뿜어내던 거대하고 저렴한 전통적 유전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새로운 생산은 점점 더 복잡한 심해 프로젝트, 셰일과 같은 비전통 자원, 혹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에서 나온다. 이 모든 것은 더 높은 비용과 더 긴 개발 기간을 수반한다. 이로 인해 공급 측면의 탄력성은 줄어들고, 지속적인 가격 상승 압력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고갈 주기는 데이터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EIA는 특정 전망 기간 동안 전 세계 석유 재고가 하루 평균 850만 배럴씩 급감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 JP모건은 지난 5월,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9월까지 재고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이러한 재고 소진은 시장에 남은 완충 장치를 극도로 얇게 만들며, 이는 지정학적 문제든 다른 무엇이든 미래의 그 어떤 공급 충격도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것임을 의미한다.
가장 극심한 공포를 식힌 휴전 협상 과정에도 불구하고, 브렌트유는 사완이 언급한 ‘이상적인’ 안정 범위인 배럴당 6070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다. 2026년 6월 초, 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9497달러, WTI는 91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 6월 9일에는 잠시 92.37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 이는 ‘이상적’ 범위의 상단보다 30달러 이상 높은 수준으로, 시장이 단순한 일시적 분쟁 프리미엄이 아닌 지속적인 공급 부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신호다.
선물 곡선에서 나타나는 콘탱고(Contango,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상태)와 변동성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EIA는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2026년 4분기에 배럴당 89달러, 2027년에는 79달러로 전망하는데, 이는 여전히 사완이 말한 상한선 70달러를 넘는 수치다 . 즉, 미국 정부의 공식 전망조차 세계 최대 석유 회사 중 하나의 CEO가 말하는 안정적 균형점보다 구조적으로 높은 가격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셸의 2026년 1분기 실적은 이러한 가격 체제의 재정적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회사는 69억 2천만 달러의 조정 순이익을 보고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을 뿐 아니라 직전 분기의 두 배에 달하는, 2년 만에 최고치다 . 회사 측은 중동 전쟁과 연계된 이익 증가 요인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 정유 및 원유 트레이딩을 포함하는 화학·제품 부문은 19억 3천만 달러의 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인 12억 4천만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
이 수치는 사완의 논리에 중요한 근거를 더한다. 메이저 통합 석유 회사가 공급 위기 상황에서 분기당 거의 70억 달러에 가까운 이익을 낼 수 있다면, 값싼 새 공급 물량을 시장에 쏟아부을 즉각적인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높은 유가는 풍부한 현금 흐름을 유지하고, 이는 다시 주주 친화적 정책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셸은 배당금을 5% 인상하고 1분기에만 53억 달러를 주주들에게 환원했다 . 이러한 재정 논리는 고유가의 구조적 고착화를 강화한다. 업계의 경제적 신호가 빠른 공급 대응을 가리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반대 논리도 등장했다. IEA는 지난 5월, 2026년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전년 대비 하루 42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전쟁 이전 예상에서 급격히 반전된 것이다 . EIA의 6월 STEO 역시 수요 전망을 하루 110만 배럴 하향 조정하며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탰다
. 특히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높은 연료 가격, 가용성 감소, 정부의 에너지 절약 조치 등이 석유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
이것이 바로 사완의 장기 예측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핵심 요소다. 만약 고유가가 충분히 오래 지속된다면, 결국 사완이 가장 큰 동력으로 꼽은 수요 성장 자체를 꺾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EIA는 수요 감소가 호르무즈 사태로 인한 가격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하지만 사완의 관점은 이러한 수요 파괴가 가격 급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며, 원유 가격이 설령 더 높은 기준선이라도 일단 안정되면 개도국의 산업화와 인구 증가라는 구조적 힘이 다시 수요 성장세를 주도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사완의 전망은 ‘저렴한 석유’가 단지 역사적 기억일 뿐, 시장이 되돌아갈 기준점이 아니라는 세계관을 제시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언젠가 다시 열릴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 매장량의 감소, 긴 투자 사이클, 그리고 탄탄한 수요 성장이라는 석유 시장의 심층 구조는 가격이 구조적 상승 압력을 계속 받을 것임을 시사한다. 셸 자체의 전략도 이를 반영한다. 회사는 석유 생산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 에너지에 투자하며, 탄화수소가 앞으로 수십 년간 에너지의 근간으로 남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
소비자, 기업,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을 위한 시사점은 분명하다. 배럴당 60달러짜리 자연 균형점으로서의 유가 시대는 끝났을지 모른다. 이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현재의 위기가 ‘언제 끝날 것인가’가 아니라, 그것이 끝난 후 ‘어떤 가격대가 새로운 기준점(뉴 노멀)이 될 것인가’이다.
Comments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