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리의 수주 잔고에 대한 낙관론은 그가 비행기를 공급하는 항공사들의 재무 상태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6년 6월 초, 전 세계 항공사들의 순이익 전망치를 230억 달러로 거의 반 토막 냈다. 이는 기존 전망치 410억 달러와 2025년 기록한 450억 달러에서 대폭 하향 조정된 수치다 .
이 재앙의 주범은 이란 분쟁으로 촉발된 항공유 가격의 폭등이다. IATA의 윌리 월시 사무총장은 항공유 가격이 전년 대비 70%나 치솟아, 업계 전체 유류비 부담이 1000억 달러(약 138조 원)가량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2월 말부터 사실상 봉쇄되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항공유 가격은 불과 몇 주 만에 거의 두 배로 폭등했다
.
그 여파는 항공업계 전반으로 거세게 번지고 있다:
숨 막히는 수치들 속에서도 업계가 완전히 수렁에 빠진 것은 아니다. IATA는 항공사들이 간신히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보며, 매출은 9.4% 증가하겠지만 순이익률은 2%라는 아슬아슬한 마지노선까지 쪼그라들 것으로 예측했다 .
이 퍼즐의 핵심은 항공기 발주가 항공사의 분기별 손익계산서와 전혀 다른 시계로 움직인다는 데 있다. 에어버스의 수주 잔고에 쌓인 주문 대부분은 수년 전, 장기적인 기단 현대화 계획과 심각한 신규 항공기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의해 결정됐다. 오늘 항공기 인도 슬롯을 포기한다는 것은, 수년 치 밀려 있는 대기 줄 맨 뒤로 가겠다는 의미와 같다 .
항공사들은 현재 지구촌에 굴러다니는 비행기 대수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공급망 붕괴와 잘 알려진 프랫 앤 휘트니사의 엔진 이슈 등이 얽히며 생산 속도를 옥죄고 있기 때문에, 운영 자금이 바닥을 드러내더라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 항공사들이 기존 금융 약정을 유지하며 어떻게든 비행기를 계속 띄울 수만 있다면, 반드시 필요한 항공기 계약을 섣불리 포기할 유인이 없는 셈이다.
진짜 위협은 취소가 아니라 인도 일정 연기(deferral) 이다.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하고 여객 수요가 추가로 둔화된다면, 현금이 쪼들리는 항공사들은 에어버스에 인도 날짜를 2027년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포리 CEO도 회사가 "복잡하고, 역동적이며,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 위험을 인지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 아직 공개적으로 그런 요청이 닥쳐오지는 않았지만, 2026년 하반기는 이 위기가 지속될 때 업계의 의지가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결정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다.
결국 에어버스의 현 상황은 항공 공급망에 내재된 하나의 진리를 웅변한다. 한 분기 만에 항공사들의 이익을 박살 내는 힘이, 10년 단위로 굴러가는 자본 계획 사이클 자체를 무너뜨리지는 못한다는 것. 문제는 가장 낙관적인 제조사조차 "기억에 남을 최악의 한 해"라고 입을 모으는 이 한 해가 끝날 때까지, 이 진리가 깨지지 않은 채로 버텨줄 수 있을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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