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발리는 이러한 위험을 상당 부분 선제적으로 대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2026년 5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자료를 통해, 중동 사태로 촉발된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철광석 부문의 2026년 잉여현금흐름(FCF)이 오히려 약 15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기업의 헤지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약 4억 2,500만 달러의 현금 기여분이 포함된다 .
피멘타 CEO는 한 인터뷰에서 "운임 노출도는 헤지와 장기 용선 계약을 통해 잘 통제되고 있다"라며 "충돌로 인해 오히려 마진이 확대됐으며, 연간 실적 전망도 매우 낙관적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발리는 1분기 조정 EBITDA 기준 39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1%나 급증했다. 순이익은 36% 늘어난 18억 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구리 사업의 EBITDA는 전년보다 무려 576% 폭증하며 그동안 발리의 주력이던 철광석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
그러나 시장이 주목한 것은 EPS 쇼크였다. 주당순이익(EPS) 0.44달러는 시장 예상치 0.53달러를 약 17% 밑돌았다. 브라질 헤알화 강세와 지속적인 투입 비용 인플레이션, 그리고 철광석과 니켈의 평균 판매 가격이 예상보다 낮았던 점이 수익성을 갉아먹은 것이다 .
1분기 핵심 실적 및 지표
2025년 CEO로 취임한 피멘타는 취임 직후부터 발리의 미래를 철광석, 구리, 니켈이라는 3대 핵심 축에 집중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화려한 인수합병(M&A) 대신, 기존 자산의 디보틀네킹(병목 해소)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
발리의 철광석 전략은 양적 성장과 품질 우위에 동시에 베팅하는 그림이다. 2025년 생산량 3억3,600만 톤에서 중기적으로 3억6,000만 톤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이끌 핵심 엔진은 카라자스(Carajás) 광산 지구의 S11D+20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2026년 하반기 첫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경쟁사들이 탈탄소 전환에 속도를 조절하는 가운데, 발리는 오히려 중국의 견조한 철강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 저원가 고품위 철광석의 증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회사는 이 성장을 단지 캐파를 늘리는 방식이 아닌, 낮은 투자 강도로 기존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
발리는 향후 10년간 구리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을 공식 목표로 설정했다. 2024년 약 34만 8,000톤 수준에서 2030년까지 42만~50만 톤으로, 나아가 2035년에는 70만 톤 규모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다 .
이 구리 전략의 중추는 120억 달러(약 17조 원)가 투입되는 ‘노보 카라자스’ 프로그램이다. 이것은 단순한 광산 개발이 아니라, 기술·안전·유지보수에 이르는 복합적인 인프라 업그레이드다. 구리 확장에 상당한 자금이 집행되겠지만, 피멘타 CEO는 자본 규율을 어기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발리는 구리 자회사(Vale Base Metals, VBM)에 대해 "IPO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고 강조하지만, 이는 단기 상장을 의미하기보다는 언제든 시장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음을 과시하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
니켈은 발리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인도네시아발 저가 니켈 공급 과잉에 시달렸고, 캐나다의 보이시스 베이(Bayoisey's Bay)와 브라질의 온사 푸마(Onça Puma) 등 핵심 광산의 가동 안정성에도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2026년 1분기, 상황이 급변했다. 니켈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고, 두 광산 모두 사상 최대 분기 생산량을 경신하며 비용 곡선의 가파른 하향 안정화를 입증했다 .
발리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를 거의 완벽히 방어하는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회사의 2026년 가이던스와 수익성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외부 변수, 즉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현재 발리는 해상 운임과 유가에 노출된 비용을 대규모 헤지로 통제하고 있지만, 만약 분쟁이 2026년 하반기까지 이어져 희망봉 우회 항로가 반영구화된다면, 신규 계약 갱신 시점부터 더 높은 물류비가 재무제표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 또한 글로벌 무역의 동맥이 막히면서 걸프 지역의 고품위 철광석 펠렛 및 직접환원철(DRI) 공급이 감소하면, 발리 같은 대체 공급자에게 유리한 가격 프리미엄이 형성될 수 있지만, 이 역시 불확실성이 전제된다
.
더 넓게 보면, 이란 사태는 단순히 브라질의 한 광산 회사에 해운비 부담을 가중시킨 이슈가 아니라, 값싼 화석연료를 당연시하던 글로벌 공급망 시대가 결정적으로 저물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구스타보 피멘타 CEO의 발리는 바로 이 새로운 시대의 운영 우수성과 자급자족 능력을 선제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