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베팅의 핵심 근거는 유로존 경제의 펀더멘털이다. JP모간 자산운용의 글로벌 시장 분석가 자라 노크스(Zara Nokes)는 ECB가 이번 6월에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이는 "물가를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기 위한 상징적 조치에 불과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유로존의 부진한 성장세를 고려할 때, 중앙은행이 두 차례 이상의 연속 긴축을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
픽테 자산운용의 수석 전략가 루카 파올리니(Luca Paolini)는 한술 더 뜬다. "시장은 세 번의 인상을 예상하지만, ECB는 아마도 딱 한 번만 올릴 겁니다. 그저 '우리도 물가 데이터를 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요. 유럽 경제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그는 까르미냐크와 함께 ECB가 기준금리를 아예 동결할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는 과거 유럽중앙은행의 '조기 긴축의 저주'를 떠올리게 한다. ECB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과 유로존 부채 위기 직전인 2011년, 일시적인 물가 압력에 대응해 성급하게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 침체를 부채질한 전례가 있다. 반대 진영은 지금 ECB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려는 순간이라고 경고한다 .
현재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지탱하는 본질은 수요가 아닌 공급이다.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충돌로 국제 유가가 4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의 산업적 병목 현상이 유럽 제조업 전반에 충격파를 가하고 있다 . 이는 경기 침체 속 물가만 오르는 전형적 스태그플레이션(불황형 물가 상승) 패턴이다.
JP모간 AM과 픽테는 이런 에너지 쇼크가 '스태그플레이션' 유발 요인인 동시에, 그렇기에 더더욱 장기화되지 않을 성질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동의 긴장이 완화되고 공급망 불확실성이 걷히면, 근원 물가에 붙은 거품도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통화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외부 충격에 중앙은행이 과민반응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시장의 다수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전망에 베팅하고 있는 지금, 만약 소수 의견이 맞아떨어진다면 지금까지 숨죽여온 자산군에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 JP모간은 최근 별도의 전략 노트를 통해, 주식 시장이 이미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리스크를 과도하게 가격에 반영(오버프라이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실제 금리 인상이 시장의 예상보다 제한적이라면, 필수소비재와 유틸리티(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같은 방어주 섹터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유로존 국채 시장이 주목할 만하다. 시장이 반영 중인 세 번의 금리 인상 기대가 단 한 번으로 축소된다면, 예금금리가 2.25% 선에서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며 국채 가격이 급반등(금리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JP모간 자산운용은 일찌감치 유럽 채권 시장이 제시하는 금리 인상 기대가 '매력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보며, 이를 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 .
이달 회의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ECB가 6월 성명서와 라가르드 총재의 기자회견에서 어떤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예고 지표)'를 내놓느냐다. 시장이 예상하는 대로 25bp 인상을 단행하면서 "향후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한다면, 시장의 과도한 긴축 베팅은 곧바로 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원 앤드 던' 진영은 경기 둔화의 조짐이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약세와 수요 파괴 신호는 "ECB가 최소한 7월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또 다른 글로벌 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SGA)의 조언과도 맞닿아 있다 .
결국 이번 ECB 회의는 단순히 금리를 올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과도한 긴축 사이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불안한 경기 속에 던진 '한 번의 안도 인상'에 그칠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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