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올해 2월 말 시작된 이란 분쟁이다. 이 갈등으로 국제 유가(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110달러 수준까지 급등했으며, 천연가스 가격도 전쟁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이에 이자벨 슈나벨 ECB 이사는 5월 26일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녀는 "에너지 쇼크를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하고 넘어가는 것'(looking through)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고 본다"며 "오늘의 관점에서 볼 때, 6월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피터 카지미르 정책위원 역시 6월 인상이 "거의 불가피하다"고 표현하며 힘을 실었다
.
ECB는 이미 시장이 이 결과에 대비하도록 유도해왔다. 지난 4월 3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00%로 동결했지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악화된 인플레이션 상황을 분명히 알렸다 . 라가르드 총재는 "중동 전쟁이 에너지 가격의 급등을 초래했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며 경제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인정했다
.
문제는 이것이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딜레마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ECB 내부 보고서마저 전쟁이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과 성장의 하방 위험을 동시에 키운다"고 경고한다. 즉, 에너지 가격 상승이 광범위한 물가 상승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경기 둔화 속에서도 긴축의 고삐를 죄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
ECB의 정책 전환은 2026년 3월 '슈퍼 중앙은행 위크'를 기점으로 뚜렷해진 글로벌 동조화 현상의 일부다. 연초만 해도 정책 속도를 늦추는 데 무게를 두던 각국 중앙은행들은 지정학적 에너지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일제히 '매파적 동결(Hawkish Hold)'로 급선회했다 .
표면적으로는 모든 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했지만, 그 이면의 포워드 가이던스(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신호)는 극명하게 엇갈리기 시작했다. 연준이 완만한 인하를 암시하는 것과 달리, 미국 외 주요국들은 ECB와 동일한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에 직면하여 긴축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
이러한 전 세계적인 긴축 흐름 속에서 씨티그룹의 전망은 확실한 이단아다. 2026년 6월 초 현재, 이 은행은 연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총 세 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 최근 고용 지표는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으며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계속 힘을 실어주고 있음에도 말이다.
물론 씨티그룹이 비둘기파적 논리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예상 현실화 시점을 반복적으로 뒤로 미뤄왔다. 당초 6월로 예상했던 첫 인하 시점을 9월로 연기했고, 현재는 9월, 10월, 12월에 걸쳐 총 75bp(0.7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문제는 이 전망이 연준 위원들의 목소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3월 FOMC 의사록에 담긴, 옵션 기반 분석을 통해 도출된 '가장 유력한 경로'는 올해 중 금리 변동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 4월에는 매파 성향 위원 세 명이 완화적 표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동결 기조가 더욱 확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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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의 앤드류 홀렌호르스트 등 애널리스트들은 FOMC 성명서가 고용 리스크를 강조하고 점도표 중간값이 낮아진 점에서 오히려 비둘기파적 신호를 읽어낸다. 이들은 앞으로 노동 수요가 식어감에 따라 연준이 결국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과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해석을 일축하며, 집요한 인플레이션과 탄탄한 노동 시장이 올해 내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씨티그룹의 소수 의견이 적중하려면 현재로서는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에너지 쇼크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이 의미 있을 만큼 둔화되어야 하고, 동시에 노동 시장이 뚜렷하게 침체되어야 한다. 그 전까지 씨티그룹의 3회 인하 전망은 매파 일색으로 물든 시장에 홀로 외로운 확신을 던지는, 위험천만한 역발상 베팅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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