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0광년이라는 까마득히 먼 거리에서 블랙홀의 바람을 포착하려면, 평소에는 함께 관측되지 않는 두 가지 현상을 동시에 들여다봐야만 했다. 즉, 바람에 밀려나는 ‘차가운 가스’와 그 밀어내는 힘의 원천인 ‘뜨거운 가스’를 각각 찾아내야 했던 것이다. 연구팀은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하는 두 개의 눈을 결합하여 이 과제를 해결했다.
차가운 가스를 위한 ALMA의 전파 눈: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66기의 전파 안테나 집합체 ALMA(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간섭계)는 성간 먼지를 뚫고 차가운 일산화탄소 가스의 분포를 정밀하게 그려낼 수 있다. 연구팀은 5년에 걸친 ALMA의 심층 관측 데이터를 활용하여, Sgr A* 주변 약 1파섹(약 3.26광년) 이내의 분자 가스가 분포한 사상 가장 상세한 지도를 완성했다. 여기서 블랙홀 자체의 강력한 전파 빛을 조심스럽게 제거하자, 놀라운 패턴이 드러났다. 마치 누군가 깔끔하게 쓸어낸 듯한, 경계가 분명한 원뿔 모양의 빈 공간이 차가운 가스 속에 존재했던 것이다 .
뜨거운 가스를 위한 찬드라의 X선 시야: NASA의 찬드라 X선 관측소가 두 번째로 중요한 퍼즐 조각을 제공했다. ALMA가 구멍을 찾아낸 바로 그 자리에서, 찬드라는 빛을 발견했다. X선 관측 데이터는 그 원뿔 모양의 영역이 X선을 방출하는 초고온 플라스마로 가득 차 있음을 드러냈다. 차가운 가스가 사라진 그 공간을 뜨거운 가스가 정확히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
차가운 가스를 보여주는 ALMA의 주황색 지도와 뜨거운 가스를 포착한 찬드라의 파란색 지도를 겹쳐 만든 합성 이미지는 어떤 의심의 여지도 남기지 않는다. 바로 Sgr A*를 정점으로 하여 거대한 원뿔 모양의 공동이 뚫려 있고, 그 꼭대기에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구조야말로 블랙홀 주변의 강착 흐름에서 발사된 뜨거운 바람이 남긴 지문과도 같다 .
연구팀은 단순히 ‘구멍’ 하나를 찾아낸 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이 구조의 형태학적 특징과 에너지 규모를 분석하여, 그럴듯한 모든 대체 가설들을 하나씩 논리적으로 배제해 나갔다 .
무작위적인 난류(turbulence) 소용돌이로는 저렇게 완벽한 대칭형 원뿔을 만들 수 없다. 근처를 공전하는 무거운 별 무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항성풍(stellar wind)이 이렇게 깔끔하게 블랙홀과 정렬되어 파섹 규모의 공동을 만들어낼 리도 없다. 초신성 잔해(supernova remnant)라면 완전히 다른 화학적 특징과 팽창 패턴을 보여야 하며, Sgr A*를 꼭짓점으로 하는 45도 각도의 원뿔형을 띠지도 않는다. 게다가, 그 방대한 양의 차가운 가스를 밀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단발성 폭발보다는, 약하지만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불어대는 강착 원반(accretion disk) 바람이 축적한 에너지 총량과 더 잘 맞아떨어진다 .
이 블랙홀의 바람은 허리케인보다는 마치 지속적으로 불어대는 미풍에 가깝다. 하지만 파섹 단위의 광활한 우주 공간과 우주적 시간 척도에서 보면, 이 미풍은 은하 중심을 근본적으로 변형시키기에 충분하다 .
Sgr A*는 우주적 차원에서 보면 일종의 ‘낙제생’이다. 은하 전체의 밝기를 압도하는 퀘이사 같은 활동성 은하핵(AGN)과는 달리, 우리 은하의 블랙홀은 가스를 아주 조금씩만 삼키는 정숙한 상태에 있다. 천문학자들은 과연 이렇게 얌전한 거대 괴물이 측정 가능한 바람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오랫동안 의문을 품어왔다.
이번 발견은 그 질문에 결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마크 고르스키가 말했듯, “블랙홀이 완벽한 진공 속에 존재하지 않는 한, 어떻게든 바람을 불어낼 수밖에 없다” . 이 관측 결과는 블랙홀의 바람이 격렬한 먹이 활동기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물질을 빨아들이는 모든 블랙홀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이며 어쩌면 보편적인 특징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성찬을 즐기든, 단식 중이든, 모든 블랙홀은 자신의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이를 휘젓고 있는 셈이다
.
연구의 공동 리더인 엘레나 무르치코바는 더 넓은 진리를 강조했다. “우리 은하의 블랙홀이 특별하지 않듯, 우주 속 우리의 위치 또한 특별하지 않습니다” . 우리 은하의 뒷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리 현상은 아마도 다른 수많은 조용한 은하들의 중심에서도 동일하게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이는 모든 질량과 활동성 수준의 블랙홀이 어떻게 숙주 은하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하나로 통합해 준다
.
이것이 바로 ‘블랙홀 피드백(black hole feedback)’의 핵심이다. 중심부의 블랙홀은 가스를 가열하거나, 밀어내거나, 휘저음으로써 은하 전체의 별 형성 속도를 조절하고 그 진화 경로를 바꿔놓을 수 있다. 이번 Sgr A* 바람의 발견은 이러한 피드백 과정이 가장 온건한 형태로 작동하는 모습을 가장 가깝고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실험실을 제공한다. 더 강력한 AGN에서는 이보다 훨씬 격렬한 과정이 수십만 광년 규모에서 별의 탄생을 완전히 멈추게 만들기도 한다 .
반세기에 걸친 추적은 막을 내렸지만, 진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ALMA, 찬드라, 그리고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을 이용한 후속 관측을 통해 과학자들은 이 바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JWST가 포착한 ‘깜빡임과 섬광’ 현상으로 드러나는 강착 흐름과 어떻게 결합되는지, 그리고 비슷한 원뿔형 구조가 다른 근처 은하의 중심에도 숨어 있는지 추적할 예정이다 . 현재로서는, 우리 은하의 심장부가 하나의 비밀을 더 드러낸 것이다. 가장 조용해 보이는 괴물조차도 우주를 끊임없이 뒤흔들고 있음을 증명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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