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완충재는 사전 유류 헤지(hedge) 입니다. 전쟁 발발 전부터 유류 가격을 고정해 놓은 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지만, 그렇지 못한 항공사들은 현물 시장의 높은 가격에 그대로 노출되어 항공권을 판매할수록 손해를 보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 이에 따라 IATA는 전 세계 공급량 성장세가 3월에 이미 급격히 둔화되었으며,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오히려 공급이 더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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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제기구의 움직임은 더욱 긴박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조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긴급 비축유 방출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3월 한 달간 회원국들의 전략 비축유에서 무려 4억 배럴 이상을 시장에 푸는 초유의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 이 중 미국은 자국의 전략비축유(SPR)에서 1억 7,200만 배럴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결정했으며, 이후에도 최소 세 차례에 걸쳐 수천만 배럴의 추가 대여(loan) 방출을 집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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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IEA와 긴급 화상 회의를 열고 공조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 또한, IEA는 유럽이 잃어버린 중동산 항공유 공급량의 절반 정도만 대체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심각한 공급 공백을 경고했습니다
. 유럽공항협의회(ACI Europe)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유조선 운항이 재개되지 않으면 5월 초부터 유럽 공항에서 물리적인 항공유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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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더욱 냉혹합니다. 신용평가사들은 줄줄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lobal Ratings)는 연료 가격이 ‘더 오랜 기간, 더 높은 수준(higher for longer)’으로 유지될 경우 항공사들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습니다 . 피치(Fitch Ratings) 또한 시장 혼란 장기화에 따른 위험 증가를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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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우려되는 것은 항공사 파산 가능성입니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매체들은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이 여름까지 봉쇄 상태를 유지하면 유럽 항공사 2~3곳이 파산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
또한 단기적인 가격 급등을 넘어, 물리적인 재고 부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JP모건의 원자재 전략가 나타샤 카네바(Natasha Kaneva)는 호르무즈 해협이 조속히 재개방되지 않을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석유 재고가 6월 초에는 ‘운영 스트레스 수준(operational stress levels)’에 도달하고, 9월에는 ‘운영 최저 한계선(operational minimum)’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파이프라인, 저장 탱크, 수출 터미널이 정상 작동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재고만 남는 수준을 의미합니다 .
이번 위기는 다가오는 여름 성수기 여행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IATA의 장밋빛 흑자 전망은 이미 현실에 의해 뒤집혔으며, 항공사들은 좌석을 늘리기는커녕 줄여나가는 상황입니다 . 따라서 여행객들은 예년보다 크게 오른 항공권 가격, 돌발적인 운항 취소 가능성, 그리고 장거리 국제선 중심의 유류할증료 부활을 현실로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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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은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그리고 재개방되느냐’라는 단 하나의 변수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 각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은 고통을 완화하는 일시적인 임시방편일 뿐, 영구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올여름 유럽 주요 공항에서 실제 항공유가 바닥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될 위험은 여전히 높은 상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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