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아프리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2025년 12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광산이 유발한 삼림 벌채가 기존 추정보다 2~3배나 높다고 밝혔습니다 .
이 연구에 따르면 21세기 초반 광산으로 인해 사라진 산림은 1만 9,765km², 여기서 배출된 탄소 배출량은 0.75 Pg(페타그램, 10¹⁵그램)의 이산화탄소(CO₂)에 이릅니다 . 특히 충격적인 점은 삼림 벌채의 절반 이상(50.29%)이 공식 기록조차 되지 않은 비공식·불법 채굴 활동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
여러분이 손에 쥔 스마트폰 속 금속이나 전기차 배터리 원료의 일부가, 어쩌면 아무런 공식 기록도 없이 콩고의 우림을 베어내며 캐낸 것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산림 파괴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광물은 단연 **금(Gold)**이고, 그 다음이 석탄입니다. 금과 석탄 채굴만으로도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전체 광산 관련 삼림 벌채의 약 70%를 차지했다는 세계자연기금(WWF)의 별도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금 채굴은 종종 소규모 영세 채굴(artisanal mining) 형태로 이뤄지며, 수은을 이용한 분리 과정에서 토양과 수질 오염을 동시에 유발해 생태계를 이중으로 파괴합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최근 수년 사이 **청정에너지 전환의 핵심 광물, 즉 구리(Copper)와 코발트(Cobalt)**로 인한 삼림 벌채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석탄을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
특히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약 70%를 보유한 콩고민주공화국(DRC)의 구리·코발트 광산 지대는 지금 이 '녹색 채굴'로 인한 삼림 파괴의 최대 핫스팟으로 지목됩니다 .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에 따르면, 이들 에너지 전환 광물에 대한 수요는 2040년까지 최대 40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이는 콩고 분지의 열대우림에 사실상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예측입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기록적인 수준의 삼림 벌채가 위성 데이터로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 채굴이 집중된 동부 지역에서는 영세 채굴만으로도 전체 삼림 벌채의 최소 6.6%를 차지했으며, 그 영향은 광산에서 5km 이상 떨어진 산림까지 미쳤습니다
.
이 지점에서 우리는 치명적인 모순과 마주하게 됩니다.
청정에너지 전환은 더 많은 광물을 필요로 합니다. 전기차 한 대에는 내연기관차보다 약 6배 많은 광물이 들어가고, 태양광 발전 단지와 풍력 발전 단지는 구리 케이블 없이 전기를 공급할 수 없습니다. 구리, 코발트, 리튬, 희토류 같은 이른바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이 광물들을 캐기 위해 아프리카의 열대 우림이 지금 이 순간에도 불도저에 밀리고 있습니다 . 그 결과, 대기 중 탄소를 줄이기 위한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오히려 지구 최대의 탄소 흡수원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콩고 분지 우림을 파괴하며 수억 톤의 CO₂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녹색 역설(Green Paradox)'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
세계경제포럼(WEF)도 한 보고서에서 "녹색 에너지 전환이 핵심 광물을 요구하는 동시에, 토지 황폐화, 물 부족, 오염, 생물다양성 손실 등 환경 파괴를 심화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성 역설을 내포하고 있다"고 정확히 짚은 바 있습니다 .
이 연구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채굴 현장의 구덩이 크기만 재는 방식으로는 광산이 자연에 미치는 진짜 피해를 결코 파악할 수 없습니다. 도로, 주택, 농지, 그리고 이주해 온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얽히며 만들어내는 '34배의 파괴'까지 계산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숲이 사라지면, 우리 모두의 대기 정화 능력도 그만큼 사라집니다. 청정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전환 자체가 또 다른 생태적 재앙을 부르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숙제를 이 연구는 던지고 있습니다.
소비자이자 시민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내 전기차 배터리 속 코발트는 어떤 숲에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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