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위급 상황 시 민간 계약보다 EU의 반도체 생산 우선권을 우선시할 수 있는 강력한 긴급 권한을 집행위에 부여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이는 팬데믹과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공급망이 마비되는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
이번 패키지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EU는 향후 5~7년 내 유럽 내 데이터센터 용량을 최소 3배로 늘리는 것을 법제화했습니다.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 가속화 구역(Data Centre Acceleration Zones)'을 신설해, 복잡한 허가 절차를 12개월 이내로 단축시키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었습니다 .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공공기관을 위한 4단계 클라우드 주권 프레임워크입니다. 가장 엄격한 수준의 기밀 데이터를 다루는 시스템에서는, 외국의 관할권(사실상 미국의 클라우드법·CLOUD Act) 적용을 받는 사업자를 정부 조달에서 배제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현재 유럽 클라우드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
클라우드, AI,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오픈소스 기반의 대안을 대규모로 육성하는 계획입니다. 유럽에는 현재 300만 명 이상의 오픈소스 기여자가 활동 중인데, 이들의 역량을 정부 조달 지침과 연계해 행정 시스템의 개방성과 독립성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AI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스마트 그리드 통합 및 청정 에너지 공급 협력 방안이 포함되었습니다. 디지털 주권과 유럽의 기후 목표를 일치시키려는 시도입니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번 패키지를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닌, 안보와 자기 결정권의 문제로 규정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우리는 병원을 운영하고,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사회 서비스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기술을 타인에게 의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시민을 보호하고, 우리의 이익을 지키며, 우리 스스로 선택하기 위한 싸움입니다. 유럽에는 인재, 우수한 연구, 산업 기반, 그리고 단일 시장이 있습니다. 이제 이 강점들을 결집해 기술 주권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EU 집행위는 현재 유럽이 매년 2,640억 유로(약 395조 원)에 달하는 IT 예산의 대부분을 미국의 독점적 제품과 서비스에 지출하고 있으며,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10% 미만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을 직시했습니다 .
이 패키지는 백악관으로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장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여러 외신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을 겨냥한 '기술 보호무역주의'로 비춰질 수 있으며, 미·EU 간 통상 마찰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
하지만 EU는 복잡한 균형 감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패키지 발표 바로 이틀 전, EU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위한 미국 주도의 칩 동맹 '팍스 실리카(Pax Silica)'에 참여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이는 안보를 위해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디지털 경제의 종속은 거부하는 이중적 태도로 평가됩니다 .
이 야심 찬 계획은 '기술 해방의 날'이라는 브뤼셀 당국자의 자평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난관에 봉착해 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예산과 민간 투자 유치입니다. 패키지에서 거론된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최소 수천억 유로가 필요하지만, 회원국들의 재정 기여 의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또한, 영국 토니 블레어 연구소(TBI)의 키건 맥브라이드 박사는 과거 인터뷰에서 유럽이 디지털 초강대국이 될 수 있는 역량은 있지만, 관료주의와 규제 중심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 . 네덜란드 정부 또한 기술 주권이 단순한 '자국 제품 쓰기'가 아닌, 공급과 수요의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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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픈소스 진영의 핵심 인물인 매트릭스(Matrix) 프로토콜의 공동 창립자 매튜 호지슨은 벨기에 정부가 매트릭스 기반의 메신저를 도입하는 등 EU 내 디지털 주권 움직임을 '조용한 혁명'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
현재 EU가 쥐고 있는 협상 카드는 단일 시장이라는 거대한 지렛대입니다. 과연 이 지렛대가 미국 빅테크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진정한 'AI 대륙'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지, 아니면 관료적 구상에 그칠지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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