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즈버거의 화살은 테크 기업만을 향하지 않았다. 그는 이 문제 앞에서 무기력했던 자신의 업계를 향해 가장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우리 업계는 AI 혁명을 이끄는 기업들의 남용 앞에 너무 조용했고, 너무 수동적이었으며, 너무 분열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해야만 합니다.”
이어 그는 AI가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뉴스룸으로 환류시키는 ‘새로운 거래(뉴딜)’를 제안했으며, 이는 개별 언론사의 사일로(Silo)식 계약이 아닌, 업계 전체의 단결을 통해 반드시 쟁취해야 할 구조적 교정 과제라고 강조했다 . 설득력을 더한 것은 데이터였다. AI가 생성한 개요가 검색 결과 페이지의 클릭률을 절반 가까이 깎아내리는 현실이 이미 실증되었으며, 이는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이 의존하는 추천 트래픽을 직접적으로 고사시키는 현상이었다
.
술즈버거의 발언이 전투적인 톤을 설정했다면, ‘디스커버리: AI 시대에 어떻게 생존하고 수익을 낼 것인가’라는 심층 세션은 이 위기를 돌파하는 전략이 결코 하나로 수렴되지 않고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무대에 오른 세 언론사는 완전히 다른 세 가지 결을 대표했다 .
오스트리아의 클라이네 차이퉁(Kleine Zeitung)은 이날 가장 급진적인 개념적 베팅을 선보였다. “앞으로는 인간 독자만을 위해 최적화하지 말라”는 것이다. 디지털 총괄 세바스찬 크라우제는 이제 AI 에이전트와 크롤러가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서비스되어야 하고 측정되어야 할 ‘새로운 청중 세그먼트’를 구성한다는 전제 아래 출판 전략을 재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
15년간 구글 클릭에 목을 매며 트래픽을 좇아온 과거를 뒤로하고, 뉴스를 소비하지만 원본 페이지로 유입되지 않는 AI 방문자들을 위한 콘텐츠 설계에 착수한 것이다 . 이는 단순한 유통 전략이 아니라, 미디어의 존재론적 전환에 가까운 선언이었다.
스웨덴의 보니에 뉴스(Bonnier News)는 AI를 통한 생존의 축을 ‘생성량 증가’가 아니라 ‘구독자 경험의 심화’에 맞췄다. 최고제품책임자(CPO) 얀 헬린은 자연어를 통해 독자가 방대한 과거 기사 아카이브와 대화하듯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 추천 시스템을 넘어선, 보다 역동적인 초개인화로 가는 이정표로 제시되었다 .
외부를 향해서는 저작권 방어와 라이선스 중심의 수세적인 전략을 취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고객 서비스 영역에 AI 생산성 도구를 적극 활용하는 이중적인 트랙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
총회에서 가장 구체적인 성과 지표를 들고 나온 것은 인도의 더 힌두 그룹(The Hindu Group)이었다. CPO 푼디 스리람은 AI를 ‘뉴스 생성 엔진’이 아니라 ‘발견과 포맷 변환의 도구’로 사용하는 전략을 시연했다.
핵심 전술은 한 편의 기사를 완전히 다른 AI 버전으로 재가공하는 것이었다. 하나의 기사가 독자의 성향에 따라 요약본, 질의응답(Q&A) 형식, 약 200단어의 짧은 버전, 300단어 이상의 긴 버전 등 다중 포맷으로 변형되어 제공되었다. 그 결과, AI 생성 포맷에 대한 참여율이 6%에 불과하던 것에서 무려 36%까지 치솟는 가시적인 도약을 이루어냈다 . 더 힌두는 출판되는 모든 콘텐츠에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며 ‘포맷 적응’, ‘개인화된 발견 지점’, ‘AI 음성 변환’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신중하지만 공격적인 AI 활용을 지속하고 있다
.
이번 총회는 개별 언론사의 전선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었다. 구조적 움직임 또한 가시화되었다. 언론사들이 AI 학습 데이터에 대한 표준화된 라이선스 조건을 요구하며 결성한 **SPUR 연합(SPUR Coalition)**은 이 자리를 빌려 약 30개 회원사를 새로 포섭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새로 합류한 주요 세력은 유럽의 언론 지형을 대표하는 거물들이다. 프랑스 최대 규모의 지역 신문 연합인 SIPA Ouest-France 그룹, 스웨덴의 보니에 뉴스, 스위스의 미디어 재벌 **링기어(Ringier)**가 대표적이며, WAN-IFRA 자체도 글로벌 협력사로 참여했다 . 이러한 팽창은 흩어져 있던 양자 간 라이선스 계약 방식을 넘어, 뉴스 콘텐츠의 가치를 AI 플랫폼으로부터 어떻게 보상받을 것인지에 대한 범국가적 업계 표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무르익고 있음을 의미한다
.
6월 3일 총회가 폐막할 무렵, 마르세유에서 나온 메시지는 더 이상 ‘다가올 미래’가 아니었다. 저널리즘과 AI의 대결은 이미 현실이며, 언론사들은 이 기계와 싸울지, 적응할지, 아니면 기계 자체를 기묘한 신종 구독자로 삼을지에 대한 구체적인—그리고 극명하게 엇갈린—선택지를 손에 쥔 채 회의장을 떠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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