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AI로 생성된 콘티가 최종 이미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촬영 현장과 후반 작업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적 결정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 감독, 아트 디렉터, 촬영 감독이 구축해나갈 구체적인 참고 자료를 제공하는 소통 도구인 셈이다 . “저는 70년 동안 제 콘티를 직접 그려왔습니다.”라고 스콜세지는 성명에서 밝혔다. 이제 이 도구 덕분에 “제가 시각화하는 바를 협력자들에게 더욱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 그는 또한 시간적 압박이 큰 사전 제작 단계에서 FLUX가 “품질이나 기교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더 빠르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덧붙였다
.
AI를 ‘창작의 대체재’가 아닌 ‘소통의 가속기’로 보는 이 차별점이 바로 스콜세지 논리의 핵심이며, 그가 예술적 협력자들과 회의적인 업계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그은 선이다.
스콜세지는 자신의 AI 도입을 급진적인 단절로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영화 기술에 평생 기꺼이 참여해온 여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 포레스트 랩스 웹사이트에 게재된 성명에서 그는 FLUX 사용을 과거의 기술적 선택들과 명시적으로 연결했다: “저는 <휴고>(Hugo)에서 3D를, <아이리시맨>(The Irishman)에서 디에이징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 스콜세지에게 생성형 AI는 위협이나 눈속임이 아니라, 영화 제작자들이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도입해온 오랜 도구 목록 중 최신판일 뿐이다.
그는 영화의 궤적에 대해 더 넓은 시각을 제시하며, 영화를 “겨우 125년 정도 된 젊은 매체이기에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필름 보존과 아날로그 시대의 예술성에 수년간 앞장서온 감독의 이 발언은 상당한 무게를 지닌다. 이는 영화가 유성 영화, 컬러, 디지털 촬영, 컴퓨터 그래픽 효과에 이르기까지 항상 새로운 기술을 흡수해온 역사적 흐름에 비추어볼 때, AI를 원칙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스콜세지의 소신을 보여준다.
결정적으로 스콜세지는 이 기술이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인간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랙 포레스트 랩스는 스콜세지가 “인간의 취향, 가치, 그리고 판단을 중심에 두면서” FLUX를 사용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 바로 이 프레임이 ‘AI가 영화 제작을 규정하는 인간의 기술을 공허하게 만들 것’이라는 할리우드의 가장 큰 두려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려는 시도이다.
스콜세지의 움직임은 현재도 격렬하게 진행 중인 갈등의 한복판에 떨어졌다. 2022년 생성형 AI가 널리 접근 가능해진 이후, 할리우드는 업계 규범을 급격히 뒤흔들 수 있는 AI의 힘을 마주하며 큰 혼란을 겪어왔다 . 2023년 WGA와 SAG-AFTRA의 파업은 대부분 가드레일 구축에 관한 것이었다. AI가 각본을 쓸 수 있는지, 배우를 대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물을 누가 소유하는지와 같은 문제들이 핵심 의제였다. WGA 계약은 스튜디오가 작가에게 AI 사용을 강요할 수 없으며, AI로 생성된 자료는 ‘문학적’ 또는 ‘원천’ 자료로 간주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 그러나 이 보호 조치는 제작 과정의 한 부분만을 다루는 것이기에, 일자리 대체와 지식재산권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TechCrunch가 보도한 스콜세지와 블랙 포레스트 랩스의 파트너십은 “한때 강력했던 할리우드의 AI 저항이 누그러지고 있다는 최신 징후”일 뿐이다 . LA 타임스는 스콜세지의 “이 기술에 대한 공개적 지지”가 그를 이제 생성형 도구들을 단죄하기보다 실험하려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유력 인사들 대열에 위치시킨다고 평가했다
.
하지만 이번 발표가 근본적인 질문들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음 세 가지 긴장 요소는 여전히 첨예하게 남아 있다:
블랙 포레스트 랩스는 투자 회사인 브로드라이트 캐피털(BroadLight Capital)과 이 회사에 투자한 바 있는 CAA 공동 창립자 마이클 오비츠(Michael Ovitz)를 통해 스콜세지와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 이러한 투자자 경로를 통한 소개는 할리우드 AI 실험의 재정적 측면과 창작적 측면이 얼마나 깊숙이 얽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콜세지는 중도적 경로를 선택했다. 생성형 AI를 사전 제작 단계의 효율성 도구로 받아들이면서도, 최종 영화는 반드시 인간의 창작물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이 구분이 유지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들의 두려움, 노동조합의 요구, 미해결된 법적 상황을 다루기에 충분할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 감독이, 콘티와 최종 프레임 사이, 소통 도구와 창작 대체재 사이에 선을 긋는 것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을 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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