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폭등에 따른 가치평가(valuation) 효과는 준비자산 내 금 비중 상승을 강력하게 증폭시킨 핵심 요인이다. ECB의 2025년 10월 회의 의사록은 당시 금 랠리가 미국 달러 강세와 높은 실질 금리에도 불구하고 치솟으며 **“역사적 상관관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refuted historical correlations)”**고 평가했다 . 즉, 중앙은행이 단 1온스도 추가 매입하지 않았더라도 보유한 금의 시장 가치가 급등함에 따라 전체 준비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자연스럽게 커졌다는 뜻이다.
독일 분데스방크의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분데스방크는 자사의 금 평가액이 1년 만에 1,250억 유로 증가하여 3,950억 유로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준비자산 내 금 비중 증가는 정책 당국의 적극적 매수와 더불어, 보유 금 보유고의 시장 재평가라는 수동적 효과가 합쳐져 나타난 현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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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으로의 이동은 더 넓은 준비자산 다변화 흐름의 일부지만, 이를 단순한 ‘달러로부터의 도피’로 과장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2026년 6월 발표된 한 연방준비제도(Fed) 보고서는 대부분 국가의 금 매입이 노골적인 탈달러화 전략보다는 **“완만한 수준의 국제 준비자산 다변화”**에 더 가깝다고 결론 내렸다 . 실제로, 미국 국채만 놓고 보면 금에 추월당했을지라도, 달러 표시 자산 전체로는 여전히 전 세계 준비자산의 42%를 차지하는 압도적 최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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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변화는 다방면에서 진행 중이다. ECB의 2025년 6월 보고서는 호주 달러나 캐나다 달러 같은 비전통적 준비 통화의 합산 비중이 9.6%로 상승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 2.4%포인트 증가한 규모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준비자산 운용자의 3분의 2가 향후 금 보유 비중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
또 다른 극적인 사건은 이러한 불안정한 환경을 잘 보여준다. 2026년 3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보관된 외국 기관들의 미국 국채 보유액이 820억 달러나 급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매도세는 주로 튀르키예, 인도, 태국과 같은 원유 수입국들이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자국 통화를 방어하고 에너지 수입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달러 자산을 처분한 데 따른 것이다 . 이것이 금값 상승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달러 표시 자산의 유동성 압박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며 비달러 준비자산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순금 매입량은 2024년의 사상 최대치인 1,045톤보다는 줄었지만, 2025년에도 약 850톤에 달하며 역사적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 이 수요의 상당 부분은 신흥 시장에서 발생했다.
세계금협회(WGC) 등이 집계한 주요 매입국 순위는 다음과 같다.
금의 비중이 급등했지만, ECB와 여러 분석가들은 금이 법정화폐 기반 준비자산 시스템을 통째로 대체할 수는 없다고 경고한다. 세계금협회의 설문조사에서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금 보유의 핵심 동기로 지목한 ‘다변화’와 ‘지정학적 헤지’는 아이러니하게도 금이 이자가 붙는 국채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하는 자산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
주요 법정화폐 준비자산과 비교했을 때 금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는 다음과 같다.
금이 준비자산 순위표의 정상에 오른 것은 현 지정학적 지형에 대한 깊은 불안감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신호다. 그러나 그 구조적 한계 때문에 주요 법정화폐와 해당 국채 시장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수행하는 기초적 역할은 여전히 건재할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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