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의 발언은 워싱턴의 규제 드라이브가 현장의 기술적 현실 및 글로벌 공급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정책은 극심한 '엇박자'를 겪으며 시장과 동맹국 모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하스가 지적한 대중국 CPU 수출 규제의 핵심 난제는 '이중 용도 딜레마' 이다. GPU는 인공지능(AI) 학습 및 추론에 특화된 고성능 병렬 연산 구조를 가지기에, 특정 연산 속도나 메모리 대역폭을 기준으로 AI 용도를 규정하고 통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반면, CPU(중앙처리장치)는 서버, 개인용 PC, 임베디드 기기, 사물인터넷(IoT) 등 현대 디지털 기기의 거의 모든 곳에 탑재되는 범용 두뇌 역할을 한다 . 하스는 AI 성능을 기준으로 규제선을 그었다가는 농업용 센서부터 일반 노트북에 이르는 방대한 비(非)AI 컴퓨팅 영역까지 통제 범위에 휩쓸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즉, 'AI CPU'만의 정밀한 성능 임계값이나 메모리 대역폭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 정책은 '롤러코스터' 같은 변화 속에서 일관성을 찾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급격한 규제 환경 변화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로 하여금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게 만들고, 동맹국과의 AI 기술 협력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하스가 2025년 파운더스 포럼에서 “기술 접근성을 좁히고 다른 생태계가 자라도록 강제하면, 전체 파이(pie)가 작아질 뿐”이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정책 공백을 꿰뚫는 경고였다 . 그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듯한 사례는 바로 이번 컴퓨텍스에서 공개됐다.
하스는 컴퓨텍스 2026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와 미국의 오라클이 자사의 AI 데이터센터용 CPU(AGI CPU)의 주요 고객사라고 깜짝 발표했다 . 이는 미국의 첨단 GPU 접근을 제한당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Arm 아키텍처 기반의 CPU와 같은 대안적 AI 컴퓨팅 경로를 적극 개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GPU 중심 통제 전략이 기술 발전의 흐름을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동맹국 및 자국 기업에도 민감한 사업적 딜레마를 던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과 대만 등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강국들은 이제 '누구를 위해 어느 수준의 칩을 생산해야 하는가'에 대한 더욱 복잡한 규제 리스크를 떠안게 되었다.
컴퓨텍스 2026의 하스 발언은 대중국 기술 규제가 가진 본질적인 모순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결국,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CPU 수출 통제 문제는 단순한 무역 장벽을 넘어, 세계 IT 생태계의 근간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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