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술의 진짜 핵심은 ‘신호 태그 물리 정보 신경망(Signal-Tagged 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이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이 수학 시간에 배우는 유체 역학 공식을 아예 뇌 구조처럼 내장하고 있는 것이다 .
일반적인 딥러닝 AI가 수많은 데이터에서 상관관계만을 찾아내는 ‘블랙박스’ 방식이라면, 이 모델은 다르다. “혈액은 관을 따라 흐르는 유체이며, 전자기장 안에서 이런 신호가 나와야 한다”는 물리 법칙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결과를 절대 내놓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 점이 실제 의사들의 임상적 신뢰를 얻는 데 결정적인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
중요한 점은, 이렇게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 신호만으로 별도의 기준 측정(커프 보정) 없이도 혈압 파형 전체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보정이 필요 없는’ 진정한 의미의 무커프 혈압계인 셈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전자 혈압계는 한 순간의 수축기(최고) 혈압과 이완기(최저) 혈압만 알려준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수학자 브랙스턴 오스팅(Braxton Osting) 교수는 이렇게 비유했다. “혈압은 두 개의 숫자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하는 하나의 함수입니다. 우리가 풀어야 했던 수학적 난제는 손목의 간접적인 전기 측정값으로부터 이 전체 파형을 복원하는 것이었죠” .
그 결과, 이 스마트워치는 기존 혈압계가 놓치는 정보들을 보여준다.
이 풍부한 혈역학 데이터는 병원에서 잠깐 재는 것으로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숨은 고혈압(가면 고혈압)’, 위험한 야간 혈압 급등, 그리고 일시적인 혈압 불안정 상태까지 감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 기술이 ‘건강한 사람에게만 되는 기술’이냐는 질문에 연구팀은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총 15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었으며, 여기에는 안정 시의 건강한 성인뿐 아니라 걷기, 달리기, 계단 오르기 등 신체 활동 후의 측정도 포함됐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실험이 고혈압 및 심혈관 질환을 가진 외래 환자와 중환자실(ICU)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이 기술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직접 검증한 것이다 .
정확도 측면에서는 앞서 같은 연구팀이 2023년에 발표한 PINN 기반 연구에서 기준 측정값과 높은 상관관계(수축기 0.90, 이완기 0.89)를 보였고, 오차 수준도 수축기 1.3±7.6mmHg, 이완기 0.6±6.4mmHg로 우수했다 .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웨어러블 기기는 이러한 성능을 실제 손목시계 형태에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병원 밖에서도 끊김 없이 혈류 정보를 추적할 수 있게 되면, 임상 현장은 크게 바뀔 수 있다. 위험도가 높은 환자의 혈압 불안정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거나, 혈압약 용량을 실시간 데이터에 기반해 정밀하게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병원에만 가면 혈압이 올라가는 ‘백의(白衣) 고혈압’ 효과로 인한 오진도 줄일 수 있다 .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도 존재한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어떤 웨어러블 기기도 이 정도 깊이의 혈역학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지는 못한다. 유타 대학교 연구팀이 실험실의 성과를 넘어 실제 제품화의 험난한 길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간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팔뚝용 혈압계는 서서히 과거의 유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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