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 대학교와 일리노이 시카고 대학교의 수학자 및 공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기는, 실시간 생체 전기 임피던스(BioZ) 센싱과 **물리 정보 신경망(PINN)**이라는 두 가지 핵심 기술을 결합했다 . 이것이 왜 혈압 측정의 미래를 바꿀 기술로 평가받는지, 쉽게 풀어 설명한다.
스마트워치가 손목에 미세한 고주파 전류를 흘려보낸다. 사람이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약한 전기 신호다. 피는 전기가 잘 통하는 성질(도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심장이 뛰어 손목의 요골 동맥을 지나는 혈액량이 변할 때마다 이 전기 저항값(임피던스)이 미세하게 변한다 .
연구팀은 이 순간적인 저항 변화가 곧 혈압의 변화와 직결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BioZ 신호와 혈압 사이의 생물리학적 관계를 다중 스케일 해석·컴퓨팅 모델링 프레임워크로 정밀하게 매핑했다. 손목에서 측정되는 생체 신호에 영향을 미치는 생리학적, 해부학적 요인까지 모두 고려한 것이다 .
이 기술의 진짜 핵심은 ‘신호 태그 물리 정보 신경망(Signal-Tagged 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이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이 수학 시간에 배우는 유체 역학 공식을 아예 뇌 구조처럼 내장하고 있는 것이다 .
일반적인 딥러닝 AI가 수많은 데이터에서 상관관계만을 찾아내는 ‘블랙박스’ 방식이라면, 이 모델은 다르다. “혈액은 관을 따라 흐르는 유체이며, 전자기장 안에서 이런 신호가 나와야 한다”는 물리 법칙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결과를 절대 내놓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 점이 실제 의사들의 임상적 신뢰를 얻는 데 결정적인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
중요한 점은, 이렇게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 신호만으로 별도의 기준 측정(커프 보정) 없이도 혈압 파형 전체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보정이 필요 없는’ 진정한 의미의 무커프 혈압계인 셈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전자 혈압계는 한 순간의 수축기(최고) 혈압과 이완기(최저) 혈압만 알려준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수학자 브랙스턴 오스팅(Braxton Osting) 교수는 이렇게 비유했다. “혈압은 두 개의 숫자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하는 하나의 함수입니다. 우리가 풀어야 했던 수학적 난제는 손목의 간접적인 전기 측정값으로부터 이 전체 파형을 복원하는 것이었죠” .
그 결과, 이 스마트워치는 기존 혈압계가 놓치는 정보들을 보여준다.
이 풍부한 혈역학 데이터는 병원에서 잠깐 재는 것으로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숨은 고혈압(가면 고혈압)’, 위험한 야간 혈압 급등, 그리고 일시적인 혈압 불안정 상태까지 감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 기술이 ‘건강한 사람에게만 되는 기술’이냐는 질문에 연구팀은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총 15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었으며, 여기에는 안정 시의 건강한 성인뿐 아니라 걷기, 달리기, 계단 오르기 등 신체 활동 후의 측정도 포함됐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실험이 고혈압 및 심혈관 질환을 가진 외래 환자와 중환자실(ICU)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이 기술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직접 검증한 것이다 .
정확도 측면에서는 앞서 같은 연구팀이 2023년에 발표한 PINN 기반 연구에서 기준 측정값과 높은 상관관계(수축기 0.90, 이완기 0.89)를 보였고, 오차 수준도 수축기 1.3±7.6mmHg, 이완기 0.6±6.4mmHg로 우수했다 .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웨어러블 기기는 이러한 성능을 실제 손목시계 형태에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병원 밖에서도 끊김 없이 혈류 정보를 추적할 수 있게 되면, 임상 현장은 크게 바뀔 수 있다. 위험도가 높은 환자의 혈압 불안정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거나, 혈압약 용량을 실시간 데이터에 기반해 정밀하게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병원에만 가면 혈압이 올라가는 ‘백의(白衣) 고혈압’ 효과로 인한 오진도 줄일 수 있다 .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도 존재한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어떤 웨어러블 기기도 이 정도 깊이의 혈역학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지는 못한다. 유타 대학교 연구팀이 실험실의 성과를 넘어 실제 제품화의 험난한 길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간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팔뚝용 혈압계는 서서히 과거의 유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