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불의 협력은 더 거대한 모자이크의 한 조각이었다. 이날 ‘쇼즈 프랑스 2026’ 정상회담에서 프랑스는 단일 행사 기준 역대 최대인 930억 유로(약 139조 원) 의 외국인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총 71개 프로젝트 중 상당수가 AI와 디지털 인프라에 집중되었다 .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은 단호하다. “프랑스를 AI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것
.
폭스콘·불의 협약은 이 큰 그림에서 ‘인프라를 만드는 제조층’에 해당한다. 소프트뱅크가 데이터센터라는 ‘건물’을 올리는 동안, 폭스콘과 불은 그 안에 들어갈 ‘서버’를 찍어내기 위해 생산 라인을 까는 셈이다.
폭스콘 입장에서 이번 유럽 파트너십은 이미 그룹의 주력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은 AI 서버 사업의 자연스러운 확장이다. 2026년 1분기, 폭스콘의 매출은 약 666억 달러(약 95조 원) 로 전년 동기 대비 29.7% 급증했으며, 이 성장은 거의 전적으로 AI 서버 수요가 견인했다 . 폭스콘 경영진은 이미 AI 서버를 “올해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이라고 못 박았고, 2026년 한 해 동안 AI 서버 랙 출하량이 두 배로 늘고 자본 지출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
이번 계약으로 폭스콘은 유럽 시장 안에 직접 제조 자산을 두게 되었다. 이는 데이터 주권 및 보안 규정으로 인해 물리적·법적 관할권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유럽 고객사들에게 ‘물류 마찰’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강력한 셀링 포인트가 된다.
이번 파트너십의 공식 발표문은 유럽이 왜 이런 딜에 목말라했는지를 숫자로 웅변한다. 현재 유럽의 전 세계 반도체 제조 역량 점유율은 고작 약 8% , 핵심 AI 인프라 시장 점유율은 5% 미만에 불과하다 .
바로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EU가 2025년 4월 야심 차게 내놓은 것이 ‘AI 대륙 행동 계획(AI Continent Action Plan)’ 이다 . 이 전략의 핵심은 유럽 전역을 하나의 AI 컴퓨팅 인프라로 연결하는 것이다.
폭스콘과 불은 바로 이 EU 자금으로 추진될 거대한 컴퓨팅 수요에 맞춤형 공급망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유럽 내에서 직접 제조함으로써, EU의 ‘클라우드 주권 프레임워크’가 요구하는 데이터 잔류(Data Residency), EU 주체의 운영 통제권, 그리고 미국 클라우드법(CLOUD Act) 같은 역외 법률로부터의 단절 같은 까다로운 요구에도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
유럽이 진정한 ‘AI 대륙’으로 거듭나기 위한 거대한 물줄기 속에서, 폭스콘과 불의 공장 두 곳이 유럽판 AI 뉴딜의 ‘심장’ 역할을 시작한 것이다.
Comments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