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냉정한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시설은 더 잘 정비되고 새로운 지원도 들어왔지만, 바이러스가 대응보다 더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대로라면 통제가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 .
또한 그는 동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수십 개의 무장 단체들을 향해 직접 휴전을 촉구했다. 안전한 접근이 보장되지 않으면 의료진이 환자를 찾아가고 접촉자를 추적하는 기본적인 방역 활동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이번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이러스의 정체성 그 자체에 있다. 2007년 우간다 서부 번디부교 지역에서 처음 보고된 이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자이르(Zaire) 변종'과 달리 아직 상용화된 백신이 없다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번디부교 바이러스의 과거 치명률은 약 30% 에 달한다 . 다만 이번 발병에서 확진자 기준으로 계산된 치사율은 2026년 5월 22일 현재 약 9% 로 나타났다
. 그러나 이 수치는 실험실 검사가 완료된 소수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900건이 넘는 의심 사례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수 있다
.
2026년 5월 29일 기준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DR콩고는 확진 125명과 의심 906명을 포함해 총 1,031명의 감염자와 240명의 사망자(확진 17명, 의심 223명)를 기록했다 . 우간다에서는 국경을 넘어 유입된 9명의 확진자와 1명의 사망자가 보고되었다
. 여러 통계를 종합하면 누적 의심·확진 사례는 약 1,262건, 사망자는 최소 241명에 달한다
.
더 큰 문제는 집계되지 않은 '숨은 감염자'의 존재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모델링 연구에 따르면, 이미 5월 20일 시점에서 실제 감염자는 400명에서 900명 사이에 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는 당시 공식 집계가 실제 유행 규모를 한참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무장한 적보다 더 무서운 장벽으로 **'깨진 신뢰'**를 꼽는다. 사무총장도 "지역 사회의 신뢰가 방역 성패를 가를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며, 주민 협조 없이는 그 어떤 의학적 개입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
중앙 정부와 외부 구조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에, 감염 의심자가 격리 시설을 거부하거나 증상을 숨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무총장은 각국에 내려진 여행 금지 조치 또한 "정보의 투명성을 저해한다"며 재고를 촉구하는 한편, "우리가 할 일은 지역 사회가 찾아낸 해결책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현지 중심의 접근법을 강조했다 .
WHO는 지난 5월 17일, 이 발병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이는 세계적 대유행(팬데믹)까지는 아니지만, 신속한 국제적 공조와 자금 지원 없이는 여러 국가로 확산될 수 있는 중대한 위협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DR콩고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에볼라와 맞서 싸운 경험이 있지만 , '승인된 무기(백신)도 없고, 지역 주민의 마음도 얻지 못한' 이번 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무총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투리와 키부, 그리고 콩고의 모든 국민은 그들이 혼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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